"엄마도 대학 간다" "등록금 준비해"…80대도 설레는 수능 도전


수능 D-2, 일성여중고 '수능 합격 기원 떡 전달식'
40~70대 여성 만학도 107명 올해 수능 응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2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수능 합격 기원 떡 전달식에 앞서 만학도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숙명여대랑 명지대 가서 실기시험도 보고 왔어요. 문예창작과에 꼭 붙고 싶거든요."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재학생 원금연(73) 씨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이틀 앞둔 12일 이렇게 말했다. 원 씨는 "책을 좋아한다. 읽는 것에 만족이 되지 않아 문창과에 지원하게 됐다"며 "고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게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언제 졸업하나 기다렸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에서는 '수능 합격 기원 떡 전달식'이 진행됐다. 일성여중고는 40~70대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학력 인정 평생학교다. 올해는 다양한 이유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만학도 107명이 수능을 치른다.

올해 최고령 응시생은 임태수(83) 씨다. 임 씨는 손자·손녀 3명을 손수 키워 대학에 보낸 뒤에야 여유가 생겼다. 그는 "여유가 생기니 공부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며 "늦은 나이에 학교 가는 것이 쑥스럽고 부끄러웠지만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수능을 남겨두고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서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손자·손녀의 공부하던 모습을 보면서 실천하고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백석예술대학 수시전형에 합격했지만 예정대로 수능도 본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 다목적실에 모인 늦깎이 수험생들이 수능 안내 사항을 경청하고 있다. /송호영 인턴기자

이날 떡 전달식에서는 선배들을 향한 중학교 과정 후배들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전달식이 열린 다목적실로 향하는 입구에는 후배들 30여명이 모여 노란색과 초록색, 파란색 손팻말을 들고 선배들은 맞이했다.

팻말에는 '붙어라 철썩', '엄마도 대학 간다', '여보, 등록금 준비해' 등의 응원문구가 적혀 있었다. 형형색색 응원도구를 들고 '일성여고'를 외치는 후배도 눈에 띄었다. 선배들에게 응원메시지를 보내는 이들의 얼굴에서도 주름과 흰머리가 보였다.

후배들의 응원을 받은 선배들은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아는 후배라도 보이면 손을 맞잡고 빙빙 돌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들은 벽면에 붙은 '나는 할 수 있다. 아이 캔 두 잇(I Can do it)'이라는 포스터를 보며 다시 한번 각오를 새롭게 했다.

후배들의 응원을 뒤로하고 다목적실에 모인 만학도들은 수능 안내 사항을 받아 들자 이내 진지해졌다. 안경을 고쳐 쓰고 꼼꼼히 안내 사항을 읽어 내려가는가 하면, 선생님이 알려주는 주의 사항을 경청했다. 일부는 학교 측이 준비한 수능 안내 영상이 나오자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선재 일성여중고 교장은 "70살이든, 80살이든 배우면 젊은이, 배우지 않으면 늙은이"라며 "우린 젊은이니 마음 편하게 갖고 시험을 보면 된다"고 학생들을 독려했다. 이 교장의 "학생 파이팅" 외침에 학생들도 일제히 "파이팅"으로 답했다.

임양숙(72) 씨는 "학교 기말시험을 앞두고 아파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다. 치료받고 몸이 나아져서 다시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며 "수능은 잘 못 볼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수능을 어렸을 때 경험하지 못해 한번은 해봐야겠다는 마음에 접수했다"고 웃어 보였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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