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9개월째 교착 상태인 의정 갈등 해결에 단초로 기대됐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과 주요 의사단체 없이 반쪽으로 출범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회장 탄핵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전공의들은 협의체를 두고 "무의미하다"고 혹평하면서 앞날이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협의체는 주 2회 회의를 열고 의사단체 요구 사항인 사직 전공의 복귀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자율성 보장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내달 말까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으나 출범부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야당도 빠지고 의협과 의대 교수 단체, 전공의·의대생 등도 빠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공의가 빠진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 "형식적인 협의 기구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며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의사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개악을 막기 위해 협의체에 참여했으나 의사단체 내 유일한 법정단체인 의협은 내홍을 겪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전날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 탄핵안을 찬성 170명, 반대 50명, 기권 4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임 회장이 탄핵되면서 의협은 오는 13일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이후 의협 정관에 따라 60일 이내 보궐선거를 실시, 차기 집행부를 선출할 방침이다. 의협의 협의체 참여 여부는 새 지도부가 꾸려진 후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도 각각 협의체 참여를 유보하고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 역시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 입장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NS에 협의체 출범을 알리는 기사를 공유하며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내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혀라"고 꼬집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같은 결말일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내년 의대 모집 정지를 하든, 7대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다가올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의협이 협의체에 참여하더라도 전공의, 의대생이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지는 미지수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정부와의 대화 전제 조건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개원의 A 씨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인데 회장이 바뀌었다고 (전공의들이)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 B 씨도 "임 회장이 탄핵될 경우 다음 비대위원장과 회장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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