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탄핵 여부가 10일 결정된다. 임 회장 탄핵 여부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의 입장 변화를 가져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탄핵 여부가 의정 갈등에 끼칠 영향은 적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회장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을 표결한다. 임 회장 불신임 안건은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불신임 안건이 가결되면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위 구성에 착수하게 된다.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임 회장은 의대 증원과 간호법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탄핵 위기에 처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막말과 실언으로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최근에는 본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의사 회원 A 씨에게 고소 취하를 명목으로 1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탄핵안이 발의되자 임 회장은 의협 회원들에게 "불신임안이 대의원회에 발의돼 큰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하다. 엄중한 상황에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으로 회원들에게 누를 끼쳤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숙의 의미로 SNS 계정도 삭제했다.
임 회장의 노력에도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상황이다. 특히 임 회장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며 탄핵안 발의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전공의들은 사퇴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의협 대의원에게 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전국 90개 병원 전공의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박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해당 글을 공유하고 "우리들의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생들도 탄핵에 가세했다. 대한의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지난 8일 의협 대의원회에 전달하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부디 임 회장의 불신임안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했다. 입장문에는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임 회장의 모교인 충남의대를 제외한 39개 의대 학생 대표 이름이 올라갔다.
개원의 A 씨는 "그동안 임 회장의 행보가 회원들을 실망시켰고 정체된 시기에 리더십이 많이 무너진 상태"라며 "대부분 불신임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임 회장의 탄핵 여부는 향후 의정 갈등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임 회장이 재신임될 경우 장기화하고 있는 의정 갈등의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의정 갈등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의대생과 임 회장과 갈등이 지속되면서 의사들 내홍 봉합은 물론,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등 의정 소통도 요원할 것이란 관측이다.
임 회장이 탄핵될 경우 그동안 의협 행보에 반기를 들며 참여를 거부했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협과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의사들의 대정부 강경 기조는 변하지 않고 의정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개원의 B 씨는 "임 회장이 탄핵되면 전공의들이 의사단체 내 협의체에는 들어올 것"이라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인데 회장이 바뀌었다고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대 교수 C 씨는 "비대위를 꾸리면 2~3개월 더 걸릴텐데 걱정"이라며 "전공의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임 회장이 탄핵될 경우 다음 비대위원장과 회장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