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내년도 예산 확보를 두고 검찰과 국회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야당은 검찰 특정업무경비(특경비)와 특수활동비(특활비) 전액 삭감을 의결했고, 법무부 검찰과장은 이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예산소위)는 정부가 제출한 법무부 2025년 예산안 중 검찰 특활비 80억900만원, 특경 506억9100만원을 전액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 수정안을 의결했다.
법사위가 검찰 특활비에 예민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민주당은 특활비의 사용처와 수령인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 예산을 없애겠다고 줄곧 경고해 왔다. 7일 민주당은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을 단독으로 의결하며 "세부 집행 내역 등이 검증되지 않을 경우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우리 위원회 방침에 따라 전액 감액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유감을 표했다.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내고 "특경비는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라며 "수사요원활동비, 검거수사비, 수사활동 및 정보 활동에 필요한 경비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경비는 검사 및 6, 7, 8, 9급 검찰수사관을 포함한 전국의 검찰구성원에게 지급되는 비용"이라며 "사용범위 또한 디지털성범죄, 마약범죄, 산업재해, 각종 형사범죄 등 민생침해범죄 수사 업무에서부터 벌금미납자 검거활동, 지명수배자 검거활동 등 형 집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업무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적인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부장검사)은 예산소위 직후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임 과장은 검찰의 인사와 예산, 조직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 내 선임 과장이다.
대검은 특활비는 주로 보안이 필요한 수사에 쓰인다고 설명한다. 마약 범죄의 온상이라고 불리는 다크웹이나 보이스피싱 범죄 윗선 추적 등 은밀한 수사에 사용된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딥페이크 범죄에 강력 대응을 천명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예산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특경비는 용도를 밝히고 쓰지만 특활비는 정보활동에 쓰이는 예산으로 공개하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라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를 하다 보면 용처를 밝힐 수 없는 보안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특활비는 필수적"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사의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법원이 판단한 공개 범위는 특활비의 특경비 집행 정보와 증빙 서류,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 서류 등이었다. 다만 집행 정보는 집행 일자와 금액 장소 등에 한정되고 내용이나 사용자 이름, 참석자 숫자 등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의 수사 대상, 정보 활동, 활동 주체 등이 노출되므로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법무부는 법원이 정한 공개 범위에서는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이 업무추진비와 특경비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내린 판결을 기준으로 공개한다"며 "특활비는 일시와 금액을 공개하라고 했고, 그 범위에서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에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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