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관여했다는 녹음이 공개됐다. 야권은 윤 대통령에게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과거 윤 대통령이 기소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행동(사세행)은 지난 달 23일 윤 대통령 부부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전날 윤 대통령과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통화가 공개되자 김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포함한 6명을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야권이 윤 대통령에게 적용하는 혐의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정치자금법, 뇌물 혐의 등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공직선거법의 경우 윤 대통령의 '신분'이 쟁점이다. 윤 대통령과 명 씨의 녹음이 공개된 날은 2022년 5월9일로 윤 대통령의 취임 하루 전이었다. 공직선거법상 공천개입 혐의의 주체는 '공무원'이어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 취임 이전 당선인은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만 행위(공천 개입)의 성립 또는 종결 시점이 9일 이후라면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정치자금법의 경우 윤 대통령이 출마를 선언한 시점부터 정치인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신분은 문제 되지 않는다. 정치자금법은 후원회·후원금·기탁금 등을 제외한 방법으로 오간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 행위로 규정한다. 명 씨가 81회에 걸쳐 실시한 대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은 총 3억7520만원 규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했는지, 윤 대통령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지가 쟁점이 된다"며 "명 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주기적으로 전달했는데도 윤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불법 기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제3자 뇌물과 수뢰후부정처사 형태의 뇌물 혐의가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뇌물 혐의는 '직무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었고 대가가 있었다는 점도 입증돼야 한다. '공천권'은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 혐의가 적용될 확률은 낮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사건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으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 여론조사를 통해 정무수석실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선거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들이 경선에서 유리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관련 자료를 대통령 보고용으로 따로 만든 정황과 공천 무렵 대통령과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통화가 잦았다는 청와대 직원들의 진술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직접적인 행위는 없었으나 정황과 증언을 통해 대통령의 공천 개입 혐의를 인정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번 공천개입 의혹과 형태가 비슷하고, 윤 대통령이 직접 기소한 사건이다 보니 재조명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대통령이 선거에 관여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돌렸다는 내용이지만 이번 사건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공천이기 때문에 사건은 더 명확해보인다"고 밝혔다.
야당이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에 따르면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말한 내용이 담겼다.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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