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황지향·이윤경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 휴학 결정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하면서 학교마다 휴학 승인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대규모 유급은 막게 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내년 의대 1학년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등 학교 현장의 혼란은 여전할 전망이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를 둔 주요 대학들은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서울대와 연세대 신촌·원주캠퍼스, 고려대, 가톨릭대, 인제대 등 총 6곳은 이미 의대생 휴학계를 수리했다.
연세대는 교육부가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철회하고 대학의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한 지난달 29일 의대생 휴학을 승인했다. 고려대도 지난달 30일 휴학을 허용했으며, 가톨릭대와 인제대도 각각 지난달 30일과 지난달 31일 휴학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이미 지난 9월30일 처음으로 의대생 휴학을 승인했다.
다른 대학들도 교육부 공문을 받는대로 조만간 휴학 승인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건국대는 "아직 교육부 공문을 받은 게 없다"면서도 "휴학 신청을 승인해주려고 하고 있다. 공문을 받으면 내부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국대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휴학을 승인해주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학들은 휴학 승인으로 대규모 유급·제적이란 혼란은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사립의대 관계자는 "전에 너무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지금이라도 휴학을 승인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의대 관계자도 "교육부가 강압적으로 휴학 승인을 불허했다면 학생들이 더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대학 입장에선 부담이 덜해졌다"고 했다.
다만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한 후 휴학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대학도 있다. 마지막까지 휴학 승인 여부를 고심하는 이유는 정부의 동맹휴학 승인 불가 방침 때문이다. 이에 대학들은 학생 상담 등을 통해 휴학 사유를 재차 확인하는 등 관련 절차를 충분히 진행할 방침이다.
한양대는 "교육부 방침에 따를 것"이라며 "아직 학생들 상담을 진행 중이라 정확한 방향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성균관대와 울산대도 현재 학생들과 면담을 진행 중이며, 추후 휴학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는 "특별히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더라도 학교 현장의 혼란은 여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입학한 1학년들의 경우 휴학 승인 이후 내년에 복귀하면 증원된 2025학년도 신입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최대 7500명의 의대생을 수용해야 하면서 수업 운영 등 교육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의대를 둔 한 사립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대학은 이미 피해 받을 것은 다 받은 상황이다. 9월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돌아오면 2학기를 진행할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이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내년이면 한 학년에 학생이 두 배가 돼 제일 걱정"이라며 "같은 강의지만 학생 수가 지금의 두 배라서 분반을 해서 강의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휴학 승인 시 등록금 환불 또는 이월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고심하는 대학도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 환불이 문제다. 1학기 휴학을 승인하면 거의 18억~20억원 정도가 환불돼야 한다"며 "학교 입장에선 학생들이 2학기 등록도 하지 않아 (2학기) 등록금도 없으니, 월급은 나가야 하는데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휴학을 승인하게 되면 등록금이 복학하는 학기로 이월된다"며 "재정적으로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휴학계를 낸 학생들이 전부 돌아올 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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