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최근 급발진 주장 교통사고가 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업무 과부하로 지역 국과수에서 본원으로 이관한 감정이 1년 새 2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과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발진 주장 사고 감정 건수는 2020년 45건, 2021년 51건, 2022년 67건, 2023년 105건 등 매년 증가했다. 올해도 1~9월 102건에 달했다.
급발진 주장 사고가 늘면서 지역 국과수에서 강원도 원주 본원으로 이관되는 경우도 증가했다. 본원 이관 급발진 주장 사고 감정 건수는 2020년 0건, 2021년 2건, 2022년 3건이었다. 하지만 올 1~9월에만 13건 이관되면서 지난해 5건에 비해 2배 넘게 급증했다.
전우정 국과수 교통과장은 "2022년 '강릉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 이후 급발진이 이슈가 되면서 감정 건수가 크게 늘었다"며 "기본적으로 지역 국과수별로 관할 구역이 있는데 본원에 비해 지역 국과수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과부하가 걸린다 싶거나 시청역 사고처럼 대형 인명사고가 나면 일부 감정 건수를 본원에서 처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과수 본원의 교통사고 감정 업무 담당 인력은 10명이다. 이에 비해 서울은 3명에 불과하며, 대구와 부산, 광주, 대전 국과수에는 교통사고 감정 업무를 2명씩만 맡고 있다.
다만 급발진으로 판명나는 경우는 없다는 게 국과수 설명이다. 국과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급발진 주장 사고 감정 334건 중 83%에 해당하는 277건이 가속 페달 오조작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차량이 크게 파손돼 감정이 불가능하거나 사고기록장치(EDR)가 없는 오래된 차량이었다.
2022년 강릉에서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 사고로 동승했던 손자가 사망한 사고 감정 결과 기계적 결함은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7월 14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인근 사고 운전자도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국과수는 페달 오조작에 따른 사고로 결론내렸다.
전 과장은 "급발진은 천문학적 확률로 발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행성이 지구를 충격하는 정도의 확률"이라고 말했다. 급발진은 '자동차가 정지 상태 또는 매우 낮은 초기 속도에서 명백한 제동력 상실을 동반하는 의도하지 않고, 예상하지 않은 강력한 가속'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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