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정보로 사익 취득…검찰, 메리츠 전 임직원 기소


지인 명의로 SPC 설립해 투자 수익 얻어
1186억 대출…알선 대가 8억여원 지급

검찰이 업무 중 획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한 증권사 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더팩트DB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검찰이 업무 중 알게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한 증권사 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지인 명의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투자하게 하고, 투자 수익을 얻는 방식을 취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이진용 부장검사)는 30일 전직 메리츠증권 임직원 7명과 다올투자증권 직원 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임직원 출신인 김모 씨 등 4명과 다올투자증권 임직원은 2019년 3월경 한 코스닥 상장사의 CB(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주선·투자 업무를 수행하며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CB를 인수해 사익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이들은 CB 발행 정보를 취득해 회계사인 지인 명의로 SPC를 설립해 가족 등이 투자하게 하고, 그 SPC 명의로 25억원을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한 후 주식 처분으로 9억90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또 전환차익을 배분하기 위해 가족 등 명의로 허위 용역을 제공받은 것처럼 허위 내용의 사업소득 지급명세서를 세무서에 제출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를 통해 법인세 1억원을 포탈했다.

대출 알선과 관련된 혐의도 있다. 또 다른 메리츠증권 임원 출신인 박모 씨는 2014년 10월에서 2017년 9월까지 미공개 부동산 매각 정보를 이용해 가족 명의로 유한회사를 설립해 대출을 시도했다.

이 방법이 어려워지자 부하 직원 김 씨와 이모 씨에게 증권사 직원의 지위를 이용해 메리츠증권사가 중개·주선하는 것처럼 가장해 부동산 매매계약 및 대출 계약을 5회에 걸쳐 알선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금융사로부터 1186억원을 대출받고 그 대가로 8억5000만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김 씨와 이 씨에게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자신의 처와 장인 등 가족을 유한회사의 직원으로 허위 등재하고 대출알선 대가 8억5000만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한 혐의(범죄수익은닉법 위반)가 적용됐다.

검찰은 "증권사 임직원들은 공무원에 준하는 공정성, 청렴성, 불가매수성이 요구된다"며 "향후에도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 금융질서 교란범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10~12월 5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기획 검사를 실시하고 이 같은 임직원의 사익 추구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메리츠증권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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