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정부가 8·8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공식화한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는 서울 강남구 세곡·내곡동 일대 토지의 42%를 민간이 소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민간 토지 소유주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며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그린벨트 토지 소유주 현황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경실련 조사 결과 필지수 기준 세곡·내곡동 일대 토지는 총 4252필지, 면적은 985만㎡(300만평)이었다. 이 중 민간이 차지하는 총 면적은 373만㎡, 약 113만평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경실련은 "해당 토지 소유주는 그린벨트 해제에 따라 필연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며 "개인, 법인 등 민간이 소유한 1782필지의 2024년 현재 공시지가는 1조2307억원에 달했고 31개 법인이 토지를 처음 매입한 당시 공시지가와 현재 공시지가 차액은 총 1294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8·8 공급대책'에서 서울과 인접지역 그린벨트를 풀어 올해 5만가구, 내년 3만가구 등 총 8만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5만가구가 들어설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를 내달 공개한다.
전형적인 부동산 사기 수법으로 악용되는 '지분 쪼개기' 행태도 나타났다. 지분 쪼개기란 특정 업체가 그린벨트 또는 개발가치가 낮은 산지 등을 사들인 뒤 웃돈을 얹어 지분을 분할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실련이 지난 5년간 세곡·내곡동 그린벨트 지역의 거래 내역을 살펴본 결과 전체 169건 거래의 47.3%에 해당하는 80건이 지분 쪼개기 매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그린벨트 토지 소유주 42%가 민간이라는 결과에서 보듯이 부동산 시장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오히려 사익 추구에 이용될 것"이라며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6~7년 이후에나 가능해 정부가 생각하는 집값 안정화 효과는커녕 투기 등 부작용만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이라도 그린벨트를 투기벨트로 만들지 말고 그린벨트 해제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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