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김시형·이윤경 기자]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지 8개월여 만에 정부의 휴학 승인 결정이 떨어지면서 의정 갈등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향후 여·야·의·정 협의체는 물론, 의정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교육부는 29일 "학생 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신청한 휴학은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제한적 휴학을 허용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내년도 1학기 복귀를 조건으로 의대생들의 휴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해 의대생과 의사들의 반발을 샀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학생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휴학계를 제출한 지도 반 년이 넘었으나 수많은 대학에서 원칙을 무시하면서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교육부에서는 정당한 휴학 의사를 인정하지 않는 폭압을 보여주고 있다"며 "학생권리 침해이자 강요·협박"이라고 규탄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의대생 휴학 승인을 내걸었다.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도 전날 교육부에 의대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제출한 휴학원을 대학별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의사단체에 이어 국립대 총장들까지 조건부 휴학 승인 철회 목소리를 높이면서 교육부가 전격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의대생들 휴학 승인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장기화하고 있는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의사단체들도 정부 결정에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제라도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은 교육부가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며 "의대생들의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학회와 KAMC가 정부에 요구했던 조건 없는 휴학 처리를 승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의학회도 "교육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의대생의 자유 의사에 의한 휴학신청이 조속히 승인되길 바란다. 학생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는 결정이 의료계와 정부간 신뢰를 쌓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의대생 A 씨는 "정부도 일정 부분 양보를 한 것 같다"며 "이제는 대화에 참여해 타협을 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어 "물론 정치인들에게 이용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공감을 하지만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며 "지금은 교착 상태로 속절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대협은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고 병원이나 학교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더욱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복귀 조건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의대협은 이날 "적법한 휴학계를 승인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여지껏 휴학계를 막고 있던 것은 교육부였다는 것을 학생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외 변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 선심을 쓴 것이 아니다"라며 "휴학을 승인하지 않았던 것이 비정상이었기 때문에 이제야 정상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생들이 떠난 '의대 증원 철회'라는 근본 원인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달라질 것은 없다.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호 장관은 "정부와 대학은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 학생 보호 및 의대 학사 정상화를 포함한 의학교육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정부와 대학, 의료계 등이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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