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신세된 추모공간…2년새 세번째 짐싸는 이태원 유족들


녹사평역→서울광장→부림빌딩 이어 경복궁 인근 논의
이번에도 임시 공간…유족들 "일부 모욕적 폭언에 상처"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았지만 추모 공간은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내달 벌써 세 번째 이전을 앞둔 가운데 이번에도 임시 공간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면서 유족들은 눈물을 짓고 있다. 핼러윈 데이를 나흘 앞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를 찾은 아이가 호박 바구니를 들고 걷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장혜승·이윤경 기자]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았지만 추모 공간은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내달 벌써 세 번째, 그것도 임시 공간으로 이전을 앞두고 유족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29일 서울시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서울 중구 부림빌딩 1층에 위치한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은 내달 3일 새로운 장소로 이동한다. 부림빌딩과의 계약이 내달 2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은 이번 이전으로 세 번째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 첫 번째는 지난 2022년 10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 마련된 시민 합동 분향소였다.

이후 유족들은 참사 100일째인 지난해 2월 서울광장으로 분향소를 이전했다. 분향소를 찾아 모욕적 폭언을 쏟아내는 유튜버들을 피하고 서울의 상징적 공간에서 추모객들을 맞이해 참사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광장 분향소를 불법 건축물로 규정, 철거를 요구했다. 유족들과 서울시는 협의 끝에 지난 6월16일 임시로 부림빌딩 1층으로 추모 공간을 옮겼다.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세운 지 499일 만이었다.

부림빌딩은 서울시가 소유한 건물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에 서울시와 유족들은 계약 만료 이후 경복궁 인근 빌딩으로 이전을 두고 논의 중이다. 이곳 역시 임시 공간이다.

서울 중구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진실의 홀에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린 가족 그림 24점이 전시돼 있다. /황지향 기자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5월 공포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서 피해자들의 심리 회복을 지원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관련 법에 따라 임시 기억·소통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며 "국무총리실 산하 추모위원회가 꾸려져 정식 추모 공간 조성 등 관련 사업들이 구체화될 때까지는 임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어쨌든 협조적으로 이렇게 들어가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향후 상황은 알 수 없다"라며 "처음 녹사평역에 분향소를 설치했을 때 굉장히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모욕적인 언행들을 직접 들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처가 심했고 트라우마가 굉장히 컸다"고 울먹였다.

유족들은 이날 참사 2주기를 맞아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서 추모 문화제를 개최한다. '닿을 수 있다면'을 주제로 열리는 이날 문화제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지난 2년간 기록·보존한 10만여 장의 추모 메시지가 낭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지난 21일부터는 추모 메시지들을 온라인에 공개·전시했다. 유족과 시민들은 '어디로 가면 볼 수 있어? 다음 생에도 서로 누군지 몰라도 나랑 다시 만나서 결혼하자 사랑해', '너한테 해준 게 하나도 없어서 지금 와서 후회한다. 미안하다', '이모 사랑해요. 언제와요', '먼저 구조받아 죄송합니다', '그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당신을 구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 등 메시지를 남겨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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