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이 일일카페를 열었다.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모 카페에 '보라빛 하루'라는 이름의 일일카페를 열었다. 이들은 일일카페를 찾는 시민들에게 샌드위치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전날 밤까지 재료를 직접 준비하고 아침 일찍 나왔다는 유족들은 보라색 앞치마를 입고 손님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카페는 문을 연 지 1시간도 채 안 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카페 입구 한 켠 유족과 생존자들을 향한 추모와 연대 메시지를 적는 공간에는 노란색 포스트잇이 빼곡했다.
시민들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이지만 함께하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 거다. 보고싶다', '이제 겨우 2년인데 마치 20년처럼 길게 느껴진다', '왜 그 해에만 그런 일이 있었는지 우린 알고 있지 않다', '기억이 이어진다면 결국 진실은 밝혀지고 세상도 더 밝아질 거다' 등 메시지를 남겼다.
세월호부터 이태원까지 계속되는 사회적 참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시민 김수은(20) 씨는 "학교에서 희생자가 있었는데, 나랑 먼 사건이 아니구나. 가까운 사람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했다"며 "참사가 많이 잊혀지고 있는데 유족들이 이런 행사를 만들어주셔서 굉장히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가 지나고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되니까 너무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아직 뭔가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화도 난다"며 "개인으로서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는 무력감도 들지만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한 사회가 점점 더 좋게 변화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영(21) 씨도 "지방에서 올라와 참사가 일어났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엄청 받았다.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여전히 기억하고 심각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유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경기 부천에서 왔다는 권서진(21) 씨는 "사회적 참사가 계속 벌어지는 이유는 사회가 제대로 마주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제 겨우 2주기인데 사회에서 많이 잊혀진 느낌을 받는다. 오늘 카페에서 느낀 온기와 마음을 갖고 계속 함께 하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