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연세대학교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제 유출로 수험생들이 시험 무효 소송과 시험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가운데 문제지 회수 이후에도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제지 배부 전 통신이 가능한 전자기기의 전원을 끈 상태로 가방에 넣도록 했다는 연세대 입장과 배치된다.
24일 수험생과 학부모 등 34명이 연세대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논술시험이 치러진 지난 12일 낮 12시50분께 연세대 경영관 104호에 마련된 72번 고사장에서 연습지와 답안지가 배부됐다. 5분 뒤인 낮 12시55분에는 문제지가 배부됐다.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예정된 시험 시간은 오후 2시였으나 감독관의 착각으로 1시간여 전에 배부된 것이다.
해당 고사장 수험생들은 문제지를 다시 걷기 시작한 오후 1시15분까지 약 20분 동안 시험 문제를 미리 살펴 볼 수 있었다. 문제지 회수 이후에도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외부 출입까지 가능했다는 게 수험생들 주장이다. 시험 시작 20분 전인 오후 1시40분에야 휴대전화 사용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오후 2시부터 본 시험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는 문제지 배부 전 통신이 가능한 전자기기의 전원을 끈 상태로 가방에 넣도록 했다는 학교 측 해명과 배치된다. 연세대 입학처는 지난 13일 "문제지 배부부터 회수 시까지 모든 문제지는 연습지에 가려진 상태여서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며 "나아가 문제지가 배부되기 전에 통신이 가능한 전자기기는 전원을 끈 상태로 가방에 넣도록 해 최초 문제지가 배부된 시점부터 회수 전까지 학생들이 해당 문제를 직접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집단소송을 낸 수험생과 학부모의 소송대리인 김정선 일원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학교 측은 문제지를 볼 수 없었다고 하지만 여러 진술과 증거들로 문제지를 충분히 볼 수 있었고 심지어 한두 문제는 풀 수도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문제지 회수 이후에도 수험생들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없어 대부분이 오후 1시40분까지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했다"며 "이것만으로도 이미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의 요점은 문제지 회수 전이 아닌 회수 이후 휴대전화에 대한 제재가 없었다는 것에 있다"며 "문제를 파악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문제를 공유하거나 외부 지인 또는 AI(인공지능)를 통해 해결할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험생들끼리 유출된 문제를 주고받은 정황도 나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해당 고사장에서 시험을 본 A 씨는 낮 12시50분부터 54분까지 사전 배포된 문제지를 받은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후 25분간 연락이 끊겼다가 문제지를 걷어간 오후 1시19분부터 다시 시험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날 시험에는 단답형 4개와 주관식 2개 등 총 6개 문제가 출제됐다. 다른 익명의 수험생에 따르면 A 씨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단답형 2개와 주관식 1개에 대한 정보를 친구와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답형 2개 중 1개는 최초 유출 논란이 있었던 1번 문제로 파악됐다.
김 변호사는 4-2번 오류 문항을 두고 학교 측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공정성이 훼손됐다고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오류 전달 방식이 고사장마다 달라 환경에 따라 몇분간 소란이 발생하거나 방송으로 정정 내용을 전달한 일부 고사장에서는 중의적 해석이 가능해 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학에서 'A는 B다'는 'A=B'를 의미한다. 방송으로 정확히 전달하려 했다면 '리미티드(lim) 엔(n)이 무한대일 때 엔(n)의 피(p)제곱 에이엔(an)을 리미티드 엔(n)이 무한대일 때 엔의 피(p)제곱 비엔(bn)으로 수정하십시오'라고 했어야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수험생들은 문제지 배부 시간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고, 좁은 고사장 환경으로 인해 부정행위가 가능했으며, 일부 고사장에서는 수험표와 신분증, 수험생 얼굴 대조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등 또 다른 의혹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온라인에서는 부정행위로 답을 베겼다는 얘기도 흔히 볼 수 있고, 얼마든지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단 증언이 대부분"이라며 "시험 관리·감독이 너무 미흡했다는 것이 공통적인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전 시험지 배부로 인한 수험생 간 형평성 문제, 시험 시작 전 시험 문제 정보 유출, 오류 문항 정정 상황에서 드러난 문제점들, 부정행위가 가능한 고사장 환경과 허술한 관리·감독 등으로 심각하게 공정성이 침해당했다"며 "무효로 하고 수험생들에게 재시험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모든 학생에게 초 단위까지 동일하게 오류를 공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최대한 같은 시간에 공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이 부분에 대해 전달을 못 받은 학생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사용 주장을 두고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주장에 대해 일일이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 부분이 분명히 경찰 수사에 포함돼 있으니 사실관계가 파악된 뒤 입장을 밝히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연세대는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사진을 찍어 올린 수험생 6명을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현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다.
수험생들이 신청한 시험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재판은 오는 29일 오후 5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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