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불기소 결정서에서 혐의를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다"는 말을 15번 반복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20쪽 분량의 불기소 결정서를 통해 김 여사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자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시세조종을 공모했거나 공범들의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계좌·자금을 위탁했거나 직접 주식을 매매했는지"가 쟁점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김 여사의 명의 6개 증권 계좌를 개별 증권계좌별로 혐의 유무를 검토했다.
우선 신한투자증권 계좌는 2010년 1월12일, 13일, 25~29일 7일간 시세조종성 주문 177건이 제출, 통정매매 혐의 거래 54건이 체결됐다고 인정했다. 다만 피의자가 주포 이모 씨과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와 관련해 손실보장이나 수익분배 약정 등을 했다고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방조 혐의는 "일반 투자자일 뿐 피의자가 권 전 회장 등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 또는 예견하고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계좌 등을 위탁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DS금융투자 계좌 매매를 놓고는 2010년 5월24일 통정매매 혐의 거래가 1건 체결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체결 횟수가 불과 1회이고 수량도 17주밖에 되지 않아 통정매매를 의심하기에는 횟수나 수량이 극히 적다"고 봤다. 방조 혐의도 신한투자증권 거래 건과 같이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했다는 것을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도하고 그 자원으로 다른 종목인 태광이엔시를 매수했다는 점도 불기소에 이유를 더했다.
대신증권 계좌를 두고는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에게 매도 요청을 받았거나 권 전 회장 측의 의사 연락을 받고 매도주문을 낸 것으로 추정했으나 "설령 피의자가 권 전 회장에게 매도 요청을 받고 주문을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거래가 이례적인 정도로 비경제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에게 시세조종의 고의 내지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을 믿고 초창기부터 회사 주식에 지속적 투자를 했고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관련 전력이 없다는 점도 무혐의 근거로 삼았다. 보통 상장사 대표가 일명 선수들을 동원해 시세조종을 한다는 상황을 회사 투자자로서는 생각하기 힘들다고도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를 고발한 황희석 변호사는 조만간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항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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