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대학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란 취지로 발언해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69) 전 연세대학교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명예훼손 혐의는 벌금형이 유지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3부(임기환 부장판사)는 24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 전 교수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1심대로 일부 무죄 선고했다.
재판부는 류 전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 발언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발언이 대학에서 강의 중 학생들과 질의응답 과정 중에 벌어졌고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대협 명예훼손 혐의를 두고는 "'정대협이 개입해서 할머니들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정도가 아니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발언"이라며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24일 류 교수의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 '정대협 간부가 통합진보당 간부들이며 북한과 연계돼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 등의 발언은 무죄로 판단했다.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명예훼손이 맞는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온 류 교수는 상고를 예고했다. 류 교수는 "사회 통념과 다르긴 하지만 역사적 진실에 부합하는 발언을 해서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이 후진 사회라는 것"이라며 "대학에서 자유로운 강의와 토론이 막히는 것을 초래한 검찰 기소를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렇다. 강의실에서 발언한 거 다 기록에 나와 있다"며 "유죄 부분에 상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 전 교수는 지난 2019년 9월 연세대 발전사회학 강의 중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대협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있다.
정의연 등 시민단체들은 같은 해 9월 류 전 교수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류 전 교수는 같은 해 10월 재판에 넘겨졌으며, 약 4년 만에 1심 판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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