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전공의·의대생 반발에…교수들,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유보 (종합)


2시간 회의 끝에 "참여 반대 의견 많아"
박단 비대위원장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23일 정기 회의를 연 뒤 여·야·의·정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결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참여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결정을 유보했다.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의대생 의견이 반영되도록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23일 오후 온라인 긴급 총회를 열고 "여·야·의·정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이 결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참여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전공의와 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료계 단체로 구성돼야 한다"며 "정부도 의료 대란을 촉발한 당사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적합한 인사가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여 동안 회의를 진행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일부는 협의체에 참여해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으나, 정부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협의체 참여는 의미 없다며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은 다 비슷한데 방법론의 차이가 있었다"며 "의견이 달랐고 유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전의교협은 "의료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의학회와 KAMC는 전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에 따른 의료 붕괴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학회 임원들에게 "의학회는 의협 중심의 하나된 목소리를 강조하며 힘을 보태왔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교수님들의 결정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혹여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은 아닐지 다시 숙고하시길 바란다며 정치인들에 편승할 게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를 비판했다. /임영무 기자

전의교협의 협의체 참여 여부 결정 유보는 전공의와 의대생 반발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교수님들의 결정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혹여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은 아닐지 다시 숙고하시길 바란다"며 "정치인들에 편승할 게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 결정을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에도 "허울 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박 비대위원장 글에는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도 함께 올랐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이번에도 졸속 합의할 것 같다", "또 배신한 것 아니냐" 등 협의체 참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정부와의 대화 전제 조건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의대 교수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또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는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창민 전의교 비대위원장은 "지금으로서는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생각하면 당사자들이 협상해야 하므로 협의체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의대생 휴학 승인과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 규정 개정을 막아주는 정도"라며 "중요한 것은 내년도 정원 논의인데 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는 조속히 협의체를 출범시켜 올해 안에는 의료 대란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복지부 종합감사에서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되면 (의료 대란이) 더 빨리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전날 "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 결정을 환영한다"며 "협의체 참여가 수련환경 개선 등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의료시스템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독려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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