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정채영·황지향 기자] 해외에서 명품 시계를 선물 받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먼저 시계를 요청한 정황이 확인됐다. 홍보 목적으로 협찬받았다는 YG엔터테인먼트 측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양 총괄이 받은 시계 2개 중 1개 가격은 7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공공·국제범죄수사부(윤국권 부장검사)는 지난달 13일 양 총괄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관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양 총괄은 지난 2014년 9월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총 8억2806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 2개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더팩트>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양 총괄은 지난 2013년 YG 소속 작곡가를 통해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A사 아시아 대표 B 씨를 알게 됐다. B 씨와 친분을 유지하던 그는 B 씨가 착용하던 A사 시계를 건네받아 방송에도 출연했다. B 씨는 양 총괄이 싱가포르에 방문하면 호텔과 식사 등 각종 여행경비도 대신 내줬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양 총괄은 B 씨에게 A사의 해골 무늬가 새겨진 시계를 구해달라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9월12~16일 YG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 일정과 명품업체 투자 협약식 등으로 싱가포르에 방문 예정이던 양 총괄은 출국 전인 8월27일~29일 B 씨에게 영어로 "예전에 요청한 시계를 준비해달라"(i really wanna get the watch I have been asking about.)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B 씨는 "시계가 준비됐다"(It’s ready for you my dear)고 답했다.
양 총괄은 9월13일 싱가포르에서 시계를 건네받았고 곧바로 모 호텔에서 열린 투자 협약식에서 착용했다. 양 총괄이 건네받은 A 사의 해골 무늬 시계 가격은 7억1151만원에 달한다. 원가만 2억810만원이다. 이후 1억1655만원짜리 검정색 시계도 추가로 받았다. 이들 두 모델은 10년 전 생산이 중단돼 현재 시중에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관세법 241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외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려면 해당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과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가중 처벌된다.
YG 측은 시계 업체에서 홍보를 부탁받고 제품을 협찬받아 방송에 노출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YG 관계자는 "(양 총괄과 B 씨가 주고받은) 영문 문자 관련해서는 딱히 아는 바가 없어서 따로 입장을 밝힐 게 없다"며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YG 측은 지난달 13일 "2017년 해당 업체가 통관절차 없이 다수의 시계를 들여오거나 가지고 나간 사실이 적발되면서 양 총괄이 홍보를 목적으로 협찬받은 시계까지 조사받은 적이 있다. 당시 양 총괄은 성실히 조사를 받았고 공인으로서 사소한 문제에도 휘말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협찬 시계들을 모두 조사기관에 자진 제출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해당 업체 대표의 진술은 수시로 변경됐고 10년의 공소시효에 임박한 검찰은 양 총괄의 진술에 부합하는 참고인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협찬 물품을 세관 신고 없이 국내로 반입했다고 단정 짓고 기소했다"며 "10년의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성급하고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의 결정에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양 총괄의 첫 재판은 내달 15일 오전 11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