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연세대학교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제 유출로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수험생들이 시험 무효 소송과 시험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향후 재판 과정과 결과에 따라 재시험 여부 등 학교 측 대응에 이목이 집중된다.
연세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수험생과 학부모 18명은 김정선 일원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통해 논술 시험을 무효로 해야한다는 취지의 무효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고 22일 밝혔다.
당초 소송인단은 40~50여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일부 수험생들이 학교 측의 불이익을 우려, 참여를 포기하면서 축소됐다.
김 변호사 측은 논술시험을 본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진술서도 받고 있다. 유출 논란 이후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수험생이더라도 문제지 내용을 미리 볼 수 있었거나 다른 사람이 본 정황, 관리·감독이 부실하게 느껴졌던 상황, 유출된 정보를 봤거나 들은 정황 등 불합리한 시험 과정을 놓고 진술을 확보하겠단 설명이다.
김 변호사 측은 "자세한 진술 내용은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집단소송 준비 과정에서 시험 직전 수험생들끼리 유출된 문제를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소송에 참여하는 수험생 A 씨는 "논술시험 당일 오후 1시27분께 시험지를 1시간 일찍 받은 고사장의 수험생이 다른 고사장 수험생에게 3개 문제 정보를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보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연세대는 공정성 훼손이 없었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 같은데 확보한 증거 등에 따르면 사실과 일부 달라 보인다"며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은 지난 12일 오후 2시부터였다.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 문제지는 곧바로 회수됐으나 이 과정에서 온라인에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험 당일 오후 1시 전후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감독관이 시험지를 정리하는데 1문항 그림이 보인다. 정사각형 4개 등분되는 직사각형 그림이다", "백터문제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등 글이 올라왔다. 시험이 끝나고 문제지 회수 전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여러 장 게시됐다.
지난 14일에는 '연세대 논술 친 거 인증하려고 찍었는데'란 제목과 함께 문제지 사진이 올라왔다. 논술 답안지와 문제지 위에 수험표와 주민등록증이 올려진 상태로, 촬영 장소는 '서울특별시 신촌동', 촬영 시간은 '토요일 12시59분'으로 기록됐다.
이날 시험에는 단답형 4개와 주관식 2개 등 총 6개 문제가 출제됐다. A 씨에 따르면 DM을 통해 단답형 2개와 주관식 1개 문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 또 다른 익명의 수험생에 따르면 단답형 2개 중 1개는 최초 유출 논란이 있었던 1번 문제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연세대의 고발에 따라 온라인에 문제지 일부를 찍어 올린 수험생 6명과 시험 공정성 훼손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으며 모든 내용이 조사에 포함돼 있다"며 "(재시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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