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21일 "정부가 학칙 개정을 강제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보장된다'는 헌법 제31조4항을 위반해 대학들에게 의대생들 휴학이 3학기가 넘지 않도록 하고 내년도엔 복학을 시키는 학칙 규정을 만들라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의교 비대위는 "학생들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고 입맛대로 정책을 바꾸는 정부와 학교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되는 것에 깊은 회의를 갖고 있다. (학생들의) 휴학 결정은 최소한의 학습권을 보장받기 위해 스스로 내린 자기결정권임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2025학년도 1학기 복귀를 조건으로 의대생들의 휴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대신 올해 1·2학기에 이어 내년 1학기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복귀하지 않으면 미등록 제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2개 학기를 초과해 3학기 이상 연속 휴학을 제한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학칙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최창민 전의교 비대위원장은 "학칙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교수들의 뜻을 모아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의대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무시된다면 다른 단과대학도 마찬가지 상황이 초래될 것이고, 한국 대학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의교 비대위는 교육부가 의대를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무력화하려 한다고도 지적했다. 전의교 비대위는 "교육부는 '의평원의 불인증 조치를 받은 기관에 대해 1년 이상 보완할 기간을 줘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의평원 인증의 실효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입법안을 내놨다"며 "의대 교육의 질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무너뜨리려는 나쁜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말한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는 없다는 말의 뜻이 잘 가르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냐"며 "의평원에게 조건부인증을 주고 그 지정을 취소한 후 어용 의평원을 내세우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의대는 교육부가 권한을 위임한 의평원의 인증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인증을 받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 정지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불인증을 받더라도 의대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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