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유출 정황에도 재시험 없다는 연세대…소송까지 '사면초가'


시험 시작 전 DM으로 문제 전달…"공정성 훼손" 목소리
학교, 경찰 조사 협조만 되풀이…수험생들 내주 집단소송

연세대학교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제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시험 무효 소송과 시험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제 유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시험지를 미리 받은 수험생이 다른 고사장에 있는 수험생에게 시험 시작 30분 전 SNS로 문제를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추가 제기됐다. 시험의 공정성 훼손으로 재시험 주장이 나오지만 학교 당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수험생들은 다음 주 시험 무효 소송과 시험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연세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수험생 A 씨는 18일 "논술시험 당일 오후 1시27분께 시험지를 1시간 일찍 받은 고사장의 수험생이 다른 고사장 수험생에게 3개 문제 정보를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보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은 지난 12일 오후 2시부터였다. 그러나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 문제지는 곧바로 회수됐으나 이 과정에서 온라인에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험 당일 오후 1시 전후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감독관이 시험지를 정리하는데 1문항 그림이 보인다. 정사각형 4개 등분되는 직사각형 그림이다", "백터문제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등 글이 올라왔다. 시험이 끝나고 문제지 회수 전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여러 장 게시됐다.

지난 14일에는 '연세대 논술 친 거 인증하려고 찍었는데'란 제목과 함께 문제지 사진이 올라왔다. 논술 답안지와 문제지 위에 수험표와 주민등록증이 올려진 상태로, 촬영 장소는 '서울특별시 신촌동', 촬영 시간은 '토요일 12시59분'으로 기록됐다.

이에 더해 시험 직전 수험생들끼리 유출된 문제를 주고받은 정황까지 포착된 것이다. 이날 시험에는 단답형 4개와 주관식 2개 등 총 6개 문제가 출제됐다. A 씨에 따르면 DM을 통해 단답형 2개와 주관식 1개 문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 또 다른 익명의 수험생에 따르면 단답형 2개 중 1개는 최초 유출 논란이 있었던 1번 문제로 파악됐다.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수험생 A 씨는 18일 정해져 있는 수시 일정에 따라 최대한 빨리 소송을 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더팩트 DB

수험생들은 "학교 주장과 다르게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된 증거"라며 재시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 씨는 "제보자가 학생 신분이라 학교 측이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어 DM은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와 증언으로 판단, 소송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는 여전히 재시험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으며 모든 내용이 조사에 포함돼 있다"며 "(재시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연세대의 고발에 따라 온라인에 문제지 일부를 찍어 올린 수험생 6명과 시험 공정성 훼손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연세대는 앞서 두 차례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문제가 유출됐다고 하면서 올라온 촬영된 문제지는 시험 시작 이전에 공유된 것처럼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통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시험 종료 이후에 불법적으로 촬영한 파일이 공유된 것"이라며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세대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에 A 씨를 비롯한 수험생과 학부모 50여명은 다음 주 시험 무효 소송과 시험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변호사를 통해 법률 검토 중이며 최종 소송인단 선정 마무리 단계다.

최종 소송인단은 40여명 선으로 정리할 전망이다. A 씨는 "연세대는 공정성 훼손이 없었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 같은데 확보한 증거 등에 따르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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