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종석 소장 "헌재 위기…사법의 정치화 경계해야"


이영진 재판관 "연구원 증원 매우 절실" 퇴임사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17일 퇴임식에서 헌법재판소의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느낀다며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재판의 독립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은 김기영 재판관, 오른쪽은 이영진 재판관./헌법재판소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17일 퇴임식에서 헌법재판소가 현재 위기 상황이라며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재판의 독립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이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의 퇴임식을 진행했다.

이 소장은 퇴임사에서 "법관으로 근무한 30년도 영광스러웠지만 특히 헌재에 근무한 6년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 국민들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는 데 작은 힘을 보태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소장은 헌재 구성원들에게 "지금까지의 긍정적인 평가에 안주해서는 안 되고 변화가 필요한 위기 상황에 홀로 힘들게 서 있는 형국에 있다"며 두 가지를 충고했다.

이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권한쟁의심판, 탄핵 심판과 같은 유형의 심판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정치적 성격의 분쟁이 사법부에 많이 제기되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나타나면 뒤이어 '사법의 정치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신을 초래해 권위가 추락할 것이며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를 해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가족 모두 마음가짐과 의지를 굳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퇴임한 이영진 재판관은 "후임 재판관이 선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건의 심리와 처리는 더욱 정체될 것"이라며 "연구관 증원도 매우 절실하다. 사건 수 증가와 질적으로도 연구와 검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신속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헌재 연구관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6년 동안 여러 사건을 접하면서, 사건들 그리고 선례와의 사이에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점을 잘 드러내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담은 의견을 내고 싶었다"며 "앞으로 재판소에서 훨씬 더 좋은 결정을 많이 하실 것이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 마지막이지만 최소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세 재판관은 2018년 10월 18일 국회 선출 몫으로 취임해 이날 6년의 임기를 마쳤다.

한편 여야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선출 방법을 놓고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 소장을 여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로 다시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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