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없는 논술 관리·감독…"연세대 사태로 사각지대 드러나"


학칙에 대학별고사 관리·감독 규정 '전무'
교육부도 대학 자율에 맡길 뿐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부실한 대학입시 관리·감독 체계도 도마에 오른다. 사진은 연세대 본관 /연세대 제공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부실한 대학입시 관리·감독 체계도 도마에 오른다. 교육부에서는 대학의 자율에만 맡긴 채 대학들은 별도의 규정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수시전형 관리·감독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연세대 직제규정에 따르면 입학처는 학교의 입학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입학전형 기본계획 수립, 입학정책과 기본계획에 따른 입학전형 세부 계획 수립 및 업무 수행, 입학 홍보 및 상담, 입학 정책 및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학칙 등에서 '학생 선발 기준과 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은 따로 정한다'고만 하고 있을 뿐 논술시험, 필답고사, 면접·구술시험 등 대학별고사 관리·감독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입학처는 총감독 본부로 입학 관련 계획, 감독관 선별, 안내, 교육 등을 총괄한다"면서도 "대학별 고사 관리·감독도 개별적으로 정하며 학칙 등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세대에 적을 둔 사람으로 제한을 두고 감독위원을 모집한다. 내부 교직원 위주로 선발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약 3000명 정도 늘어나 고사장 수도 많아져 조교까지 감독관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술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이 발생한 고사장에는 교직원 1명과 일반대학원 소속 대학원생 1명이 감독관으로 참여했다. 연세대는 연구 조교나 행정 조교가 아닌 일반 대학원생이 감독관으로 들어갔지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연세대 소속이라면 감독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 같은 학부생은 감독관으로 넣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도 대학별 고사의 경우 관리·감독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교육부는 "수시 전형 등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한다. 교육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은 없다"며 "대학 자율 사항에 개입할 수 있는 내용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감독관 선별도 제각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행정 조교로 근무 중인 A 씨는 "일반 대학원생을 수시 전형의 감독관으로 쓰는 걸 본 적 없다"며 "일손이 부족할 때 학생들을 안내하고 질서 유지하는 면접 도우미 정도로 사용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도 "계약직이나 행정 조교, 연구 조교 등 학교 소속의 교원으로 돼 있는 사람 중에 감독관 지원 기회를 제공한다"며 "일반 대학원생은 제외"라고 설명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부실한 대입 수시전형 관리·감독 체계가 민낯을 드러냈다고 입을 모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매년 대학별 논술 전형 지원자가 약 2만명에서 4만명인데 이들을 한꺼번에 통솔하려면 교직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대학마다 시간도 방식도 다른 논술 시험에서 매뉴얼도 없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시전형이 그간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라며 "선발 시스템에서 입시의 근본인 공정성이 무너지면 시험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라고 강조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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