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의 결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의 기소·불기소 판단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았느냐'가 관건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조만간 김 여사에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결론은 이르면 이번 주, 늦으면 18일 국정감사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 수사는 2년 넘게 주춤했으나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과 '전주(錢主)'로 알려진 손모 씨의 2심 판결이 나오자 다시 주목을 끌었다. 검찰이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손 씨의 '방조' 혐의가 법원의 유죄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게는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원을, 손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사실도 인정했다.
권 전 회장의 2심 판결문에 나온 녹취록을 보면 대신증권 직원이 "예, 교수님(김 여사). 저, 그 10만주 냈고", "그, 그거 누가 가져가네요"라고 하자 김 여사가 "아 체, 체결됐죠"라고 답한다. 이어 직원이 "예, 토러스 이쪽에서 가져가네요, 보니까"라고 하자 김 여사는 "그럼 얼, 얼마 남은 거죠?"라고 한다. 대신증권 직원이 "이제 8만개 남은 거죠"라고 하자 김 여사는 "아 아니 그니까 그거 나머지 금액이 어떻게 되냐고요"라고 반문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여사가 거래 결과와 금액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거나 증권사 담당자가 김 여사에게 사후보고를 하고 있을 뿐, 권 전 회장의 주장대로 김 여사가 맡긴 증권사 담당자가 자신의 판단으로 주식 거래를 하는 내용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권 전 회장과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임원 민모 씨 등이 주가조작 선수와 투자자문사 등과 다수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의 1심 판결문에도 김 여사는 수 차례 등장한다. 민 씨는 수사 당시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뒤늦게 체포돼 권 전 회장과 따로 재판을 받았다.
민 씨의 판결문을 보면 주포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1년 1월 범행에 활용한 김 여사의 계좌는 내가 관리한 계좌'라고 진술했다. 같은 시기 권 전 회장도 '김 여사의 계좌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이종호 전 대표를 거쳐 김 씨가 관리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사건을 판결한 재판부도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시세 조종 범행에 동원됐다고 봤다. 지난 7월 검찰 조사에서 2010년 5월 이후로는 대신증권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운용했다고 한 김 여사의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21일부터 2012년 12월7일 2차 작전 시기 주가조작 관련자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문한 매도라는 취지다.
검찰이 이른바 방문 조사를 하는 등 김 여사의 진술을 받은 이유는 손 씨와 유사한 전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손 씨가 2차 주포인 김모 씨와 의사소통을 했고,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하고 가담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손 씨와 김 여사의 사례는 사실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시작된 2020년 이후에도 이 전 대표와 연락을 주고받는 등 주가 조작 핵심 인물들과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다. 다만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기 위해서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했다는 진술이나 전화 통화 등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지만 검찰은 이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법원이 김 여사의 계좌가 이용됐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김 여사가 직접 가담했거나 본범이 주가조작에 가담하며 자신의 계좌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증거 등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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