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조지호 경찰청장이 1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텔레그램 수사를 두고 "전향적 변화가 있었다"며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문다혜 씨의 음주운전 사고 수사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마포대교 방문 특혜 의혹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도 벌어졌다.
조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경찰이 텔레그램을 계속 압박했고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었다"며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던)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찰은 지난달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텔레그램 법인을 상대로 청소년성보호법과 성폭력처벌법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고, 프랑스 당국과도 텔레그램 수사를 위한 국제 공조를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텔레그램은 전 세계 수사 당국의 협조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지난 8월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대표(CEO)가 프랑스에서 체포된 이후 아동학대 영상 유포, 마약밀매 공모 등 혐의로 기소되며 태도가 급변했다. 두로프 대표는 지난달 24일 텔레그램을 통해 "관계당국의 합법적 요청에는 대응하겠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조 청장은 활동가 단체 '추적단 불꽃'과 연대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경찰을 믿기 보다는 추적단 불꽃의 활동을 더 신뢰하는 것 같다"며 "경찰이 추적단 불꽃과 연대한다면 경찰의 전문성을 보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조 청장은 "서울대 N번방 사건 같은 경우에도 (추적단 불꽃 대표) 원은지 참고인이 없었다면 사실상 범인을 못 찾았다"고 답했다.
위장수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관이 텔레그램 단톡방에 들어가 위장 수사를 시도하면 쫓겨난다"며 "말로는 딥페이크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위장수사 교육도, 예산도 줄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조 청장은 "무거운 얘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다"며 "직원들의 전문성 등을 개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텔레그램은 수사가 어려워서 위장수사를 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성인 성착취물은 위장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성인 성착취물도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길을 터주길 바란다. 경찰이 열심히 하는 건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감에서 문다혜 씨의 음주운전 사고를 집중 추궁했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단순 음주운전이 아니면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용해 조사하고 혐의를 판단하는 것이 다수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했고, 조 청장은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국민이 문 씨 음주운전 사건을 엄중히 보고 있다.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 경찰이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지적했고, 조 청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도 "일반론적으로 만취 운전해 다른 운전자를 다치게 하면 위험운전치사상이지 않냐"고 물었다. 조 청장은 "음주운전으로 자동차 등 운전해서 그런 결과가 발생했으면 (위험운전치사상)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문 씨는 지난 5일 오전 2시51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앞에서 음주 상태로 자신의 캐스퍼 차량을 운전하던 중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음주 측정 결과 문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9%로 면허 취소(0.08%) 수준을 넘었다. 문 씨는 당시 의사소통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며 경찰과 임의동행 형식으로 걸어서 인근 파출소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문 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조만간 문 씨를 비공개로 불러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음주량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조 청장은 "조사는 모두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아직 일정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0일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예방의 날에 마포대교를 방문한 것을 두고 "통치권자의 현장시찰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는 경찰에게 선제 대응을 당부하고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을 했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퇴근길 차량이 통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이혜식 민주당 의원도 김 여사의 마포대교 방문을 앞두고 경찰 차원의 대책 회의나 교통 통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물었고, 조 청장은 "사전 회의나 교통 통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이날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는 "정상적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가족과 지인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상대로 가짜뉴스 심의 민원을 넣도록 사주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방심위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으로 공익신고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참고인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건을 방심위로 돌려보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나선 양천경찰서는 지난 1월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고발인 신분으로 한차례 불러 조사했다. 류 위원장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방심위는 지난해 12월 불법적인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다며 공익신고한 방심위 직원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월과 9월 방심위 사무실과 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심위 직원들의 통신 조회도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해 경찰의 적극적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북한에서 오물풍선을 보내고 있어 주민 피해가 81건이나 발생했다"며 "경찰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소극적이냐. 적극적으로 해석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냐"고 질의했다.
조 청장은 "대북전단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 저희가 헌재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조치에 대해서는) 잘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중심지역관서 확대 등 조직개편에 따른 현장 경찰관들의 불만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의 설문조사에서 조직개편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85.2%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며 "조직개편이 전혀 지지를 못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조 청장은 "내부적 시각으로 볼 것인지, 국민적 시각으로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동의 안 한다는 것은) 일부 지역경찰 얘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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