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사무처장 겸 부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권익위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고도로 계산된 몰카(몰래카메라)사건이자 정치 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여야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박 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질의에 이같이 밝히며 "정치권에서 심각하게 다뤄야 할 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6월 "대통령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박 처장에게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을 정치 공작이라고 했는데, 그게 결정서에 있는 단어냐"며 "실체 판단을 한 적도 없는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규정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여당은 입법 미비 사안이라고 권익위 결정을 방어했다. 권성동 의원은 "김 여사를 권익위가 처벌하지 못한 것은 입법 미비점 때문"이라며 "공무원의 배우자는 처벌 대상이 안 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권익위 국감은 오전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담당한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사망을 놓고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을 고발하겠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파행됐다.
첫 질의자로 나선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정승윤 부위원장을 향해 "지난 9월9일 권익위 전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정 부위원장은 사직 처리가 되면 자신을 고발한 야당 의원을 전부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이냐"고 질의했다.
정 부위원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야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정 부위원장이 국회를 겁박하고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며 "이 문제는 국회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처사이고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 간사와 협의해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질의응답이 있을 때마다 의원들이 일일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 회의가 진행이 안 된다"고 받아쳤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 부위원장을 경고해야 한다"고 윤한홍 정무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했다.
윤 위원장은 질의를 이어가려고 했으나 천 의원은 "말이 안 된다"고 소리쳤다. 윤 위원장은 천 의원에게 퇴장을 요구했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윤 위원장은 결국 27분 만인 오전 10시41분께 국감 중지를 선언했다.
앞서 김모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는 지난 8월 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국장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응급헬기 이송 특혜 의혹 사건 등을 담당했다.
민주당은 정 부위원장이 김 여사 사건을 종결 처리하라고 김 국장을 압박했다며 정 부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정 부위원장은 김 국장의 직속상관이다.
이후 정 부위원장은 지난 9월9일 권익위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김 국장이 힘들었던 이유는 김 여사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이 대표 사건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위원장은 "일부 언론에서 고인이 김 여사 사건으로 힘들어했다고 조작 보도했다"며 "나를 고발했던 야당 의원들 전부 고소·고발할 것이다. 사직 수리가 되는 날 다 하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y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