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학생 권리 침해"…조건부 휴학 승인·5년 단축도 '반발'


의대생들 강력 비판…교수들도 학생들 복귀 비관적
"의대교육 5년 단축, 부실교육 감추려는 졸속 대책"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내부 공지문을 통해 학생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휴학계를 제출한 지도 반 년이 넘었으나 수많은 대학에서 원칙을 무시하면서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교육부에서는 정당한 휴학 의사를 인정하지 않는 폭압을 보여주고 있다며 교육부는 복귀를 전제해야만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학생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자 강요·협박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더팩트ㅣ장혜승·조소현·황지향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들의 휴학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으나 학생들은 요지부동이다. 의대생 미복귀에 따른 의대 교육과정 5년 단축 방안에도 의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의정 갈등 봉합은 요원해 보인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내부 공지문을 통해 "학생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휴학계를 제출한 지도 반 년이 넘었으나 수많은 대학에서 원칙을 무시하면서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교육부에서는 정당한 휴학 의사를 인정하지 않는 폭압을 보여주고 있다"며 "교육부는 복귀를 전제해야만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학생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자 강요·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의대협은 "학생들의 방향성은 외부의 억압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학생 사회 내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조건부 휴학 승인을 운운하며 혼란을 초래하는 교육부 농단에 동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전날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하고 지난 2월부터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 휴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정부 정책 반대 목적의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라며 이번에도 복귀하지 않을 경우 내년 2월 말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제적 조처한다고 했다.

교육부의 조건부 휴학 승인 발표에 의대생들은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학교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유급 또는 제적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미등록을 선택한 의대생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의대생들은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의대생 달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대 교수들도 조건부 휴학 승인에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관계자는 "독재 국가도 아니고 말이 안 된다"며 "학생들은 휴학을 원하는데, 유급시킨다고 하고 등록하라고 하면 등록금은 국가가 대신 내줄 것이냐"고 꼬집었다.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변인도 "본인이 휴학하겠다고 하면 받아주면 되는데 (정부가)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고 힘들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듣는 사람들이 어떻게 들을지를 생각하지 않고 (대책을) 발표하는 것 같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협박으로 들릴 것이다. 협박 받고 돌아올 이들은 적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의교협, 전의교 비대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는 전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가 반헌법적 대책을 발표했다"며 "자유의지로 공부하고 정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등록금 내고 공부하는 학생이 자발적, 자율적 판단에서 학업을 중단했는데 교육부가 무슨 권리로 휴학 승인 여부에 개입하냐"고 밝혔다.

이어 "전체주의 체제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무조건 의대 증원을 관철시키겠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 의대생들의 복귀를 원하면 일방적 정책추진에 대해 사과하고 의료계와 논의할 것을 선언하라. 그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생과 의사들은 정부의 의대 교육과정 단축 계획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대협은 "대책으로 내놓은 5년제는 조기졸업의 형태로 된다는데, 1월에 개강해서 1년 내내 빈틈이 없는 의과대학 학사일정에서 어떻게 가능할까"라며 "말도 안 되는 땜질식 처방은 의학교육 질적 하락을 자명하게 가져올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의협 등 5개 단체도 "교육부가 의대 교육의 질적인 고려는 전혀 없이 학사 일정만 억지로 끼워 맞춰 부실교육을 감추려는 졸속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의대교육 자체가 이미 정상적이지 못한데 시일이 촉박해지니 이제 대놓고 의대교육 부실화를 고착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의교협 대변인도 "지금 6년제도 학생들이 힘들어서 허덕이고 있다"며 "논란이 되자 교육부가 대학에서 요청을 받아서 (5년제를) 승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는데, 이를 요청할 대학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교육부는 전날 의대 교육과정을 현행 6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식의 교육과정 단축·탄력 운영 방안도 발표했다. 논란이 되자 일률적으로 5년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닌, 6년제는 유지하되 대학에서 학사 운영을 1년 단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길을 터주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으나 의사들 사이에서는 의학교육에 대한 몰이해에 따른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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