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후원업체에서 수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4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게 광고 계약 청탁을 해 배임증재 혐의를 받는 커피업체 대표 김모 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잘한 게 없고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란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 사건의 핵심인 '부정한 청탁을 했고 받았느냐'와 관련해서는 형사적으로 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김 씨가 브랜드 가치 제고 차원에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봤지만 광고를 오히려 제안한 것은 김 전 감독"이라며 "김 씨 측은 사건 이전에도 기아 팬으로서 선수단이나 관중들에게 수억 상당의 커피 세트 등을 선물한 점, '가을야구에 진출하면 1억원 상당 격려금을 주겠다'고 하고 교부한 것도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원정팀 감독실이었던 점 등을 보면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장 전 단장이 FA(자유계약)를 앞두고 있던 박동원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혐의를 두고도 "구단과 선수가 계약협상을 진행한 것을 청탁을 위한 대화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약협상 금지 기간에 구단과 선수가 계약협상을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조건에 관한 모든 대화를 부정한 청탁을 위해 이뤄진 대화로 봐 내부 징계처분을 넘어 형사법적으로 배임수재미수죄로까지 의율해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기아타이거즈의 포스트시즌 경기가 있던 2022년 10월 13일 원정팀 감독실에서 김 씨에게 광고 계약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을 받고 각각 수천만원대와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과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아의 오랜 팬이었던 김 씨가 선수단 사기 진작과 격려 차원에서 건넨 돈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달 3일 결심공판에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에게 각각 징역 4년을, 김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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