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최근 법조계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리걸테크'(LegalTech)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걸테크는 자동화, 빅데이터 분석, 블록체인, 챗봇 등 첨단 IT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2014년 로앤컴퍼니가 법률 플랫폼 '로톡'을 출시한 이후 AI를 이용한 법률 시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로앤컴퍼니는 2021년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 유니콘에 선정됐다. 다만 변호사협회와의 갈등이 장기화되며 직원을 감축하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20년 출범한 리걸테크 기업 로앤굿은 지난해 5월 국내 최초 챗GPT를 활용한 법률 AI 챗봇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리걸테크가 향후 법조계 전반으로 활용될 것을 대비해 대형 로펌에서도 AI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륙아주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네이버클라우드, 넥서스 AI와 합작해 'AI 대륙아주'를 내놨다. AI 대륙아주는 질문 키워드 추출, 관련 법률 검색, 유사 사례 검색을 거쳐 자동으로 답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AI 대륙아주는 소속 변호사들이 직접 사례를 입력하고 검수하는 등 전사 차원의 노력을 들여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 2019년부터 송무 사건 검색과 뉴스 모니터링, 타임키퍼 관리 업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내부 테스트를 거쳐 2022년부터는 본격 RPA 솔루션을 시행했다. AI 번역 솔루션도 구축해 지난해부터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보수 집계나 산출 및 결재 절차를 디지털화하는 빌링 디지털화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바른은 로앤굿과 협업해 지난달 '선거법 AI 챗봇'을 공개했다. 로앤굿이 자체 DB를 구축하고 챗GPT4o와 결합해 개발한 것으로 1만건 이상의 선거법 관련 판례와 유권해석 등 바른에 축적된 선거법 분야의 각종 자료들을 AI에 학습시켰다. 바른은 해당 챗봇은 변호사들의 실무를 지원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한 것이라며 외부 공개와 제공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율촌은 지난 8월 'AI 중재재해' 검색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AI TF를 구성해 AI 데이터 활용을 연구했다. AI 중재재해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율촌의 중대재해 관련 유튜브 영상 200개를 분석한 뒤 사용자가 검색한 단어와 문장에 들어맞는 영상 자료를 제공한다.
세종은 'AI 데이터 정책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올해 초에는 AI 데이터 정책센터를 출범시켜 AI 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하거나 융합을 시도 중인 기업에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태평양은 AI 기술을 탑재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및 AI번역툴인 트라도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향후 법률 문서 작성의 자동화, 빅테이터 분석을 위한 AI 기술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대부분 법무법인은 향후 AI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타 기업과의 업무협약 체결 등으로 리걸테크 관련 동향을 파악할 예정이다.
다만 대형 로펌 내 AI 프로그램 도입을 놓고 분위기는 둘로 나뉜다. 사내에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법무법인들의 경우, 업무의 효율과 정확성 향상을 기대한다. 반면 보안 문제와 신뢰성 우려로 AI 도입에 신중함을 유지하는 로펌들도 있다. AI의 대표적 맹점으로는 '환각'(Hallucination, 존재하지 않는 정보나 지식을 생성해 제시함)이 꼽힌다. 이외에도 AI에 사례를 활용하면 의뢰인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유출할 우려도 있다.
YK는 대규모 언어 AI 모델을 도입해 △의뢰인 맞춤형 △법률 사무 보조 AI 법률 서비스 등을 개발 중이다. YK 관계자는 " AI 관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축적된 많은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법률 사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제고할 것"이라면서도 "AI 활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는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해 관련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원천 차단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우도 사내에서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리서치 업무 등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신뢰성을 보완하기 위해 고객에게 의견을 제공할 때는 추가 보완 작업을 반드시 이행한다고 덧붙였다. 또 챗GPT를 활용할 때는 출처 확인과 검증을 필수로 하고, 고객정보 노출 금지를 위한 내부 가이드라인도 정비하고 있다.
반면 대륙아주는 사내 변호사들이 이용하는 자체 AI 프로그램은 따로 없다. 'AI 대륙아주'의 경우 교육과 검수를 담당하고 있으며 사내 이용 현황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동인도 AI 활용을 위한 사내 전문가 초빙 강연회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AI 관련 자체 프로그램 개발이나 활용은 따로 하고 있지 않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AI법률 서비스 개발 제동은 갈등 요소다. 변협 조사위원회는 지난달 9일 AI 대륙아주를 징계위원회 안건에 올리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변협은 AI대륙아주가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34조 5항을 어겼다고 본다.
변협이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로펌 징계 절차에 들어가자 법조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징계가 결정되면 이의 절차에 따라 법무부의 최종 판단을 구하게 되는 과정에서 '로톡 사태'에 이어 갑론을박이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