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황지향·이윤경 기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를 승인하면서 다른 대학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휴학 승인 불허 압박에 현재로선 휴학 승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2학기에도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면서 휴학 승인과 유급 양 갈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들까지 휴학 승인을 촉구하면서 서울의대 결정이 도미노가 될지 관심이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들은 아직은 의대생 휴학 승인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 사립의대 관계자는 "특별히 진전된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의대 관계자도 "현재까진 큰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 의대생들 떠났는데 정부는 압박…대학들 눈치만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이후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며 휴학 승인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서울의대 학장은 지난달 30일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이에 교육부는 서울의대 현장 감사에 착수하기로 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감사 결과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는다는 입장이다.
다른 대학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2학기에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유급이 불가피한데 정부 압박에 휴학을 승인하지 못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2학기 출석률은 2.8%다. 지난 7월 기준 1학기 출석률도 2.7%에 불과했다.
유급이 현실화할 경우 내년 교육과정 운영에도 파행이 예상된다. 현재 교육 여건으로는 늘어난 정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유급생은 기존 의대 입학정원이었던 3018명, 내년도 입학생은 기존 입학정원(3018명)에 증원된 인원(1469명)을 더한 4487명이다. 내년 약 7500명이 동시에 예과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는 셈이다.
대학들은 서울대 이후 다른 학교의 동향을 살피는데 급급하다. 서울 모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방침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이 선제적으로 뭘 하기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대학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교육부가 감사하겠다고 하니 대학들이 우선은 추이를 볼 것"이라고 했다.
모 의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다른 대학들도 움직임이 없어서 일단은 계속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이제 서울의대가 움직였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휴학을 승인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 "휴학 승인해야"…의대생 학부모, 의대 교수들 한목소리
일부 의대 교수까지 휴학 승인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서울대 이후 다른 대학에서도 휴학 승인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의대생들 사이에선 서울대처럼 의대 학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를 비롯해 성균관대와 경희대, 한양대, 중앙대 등 일부 대학은 총장이 아닌 학장이 휴학 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
한 의대생 학부모는 "학장이 승인을 할 수 있는 대학이 12곳 정도 된다"며 "그런 학교에서는 당연히 휴학을 승인해줘야 한다. 학부모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교수들이 나서야 될 타이밍"이라며 "이제 당연히 그런 목소리를 내줘야 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의대 학장의 휴학 승인 지지 성명을 냈다. 이날 낮 12시 기준 전국 의대 교수를 포함한 총 1497명이 지지 성명에 동의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지금 학생들을 불러들여서 4개월 만에 12개월의 교육과정을 욱여 넣을 수는 없다. 올해 의대는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며 "남은 선택은 휴학이나 유급이나 둘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의대 교육을 강행하면 이는 의대 교육의 붕괴이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의대 학장이 "학생들을 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교수회도 이날 의대생 휴학 승인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감사 등 행정조치로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곤 했던 교육부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교수들의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며 감사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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