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자기 주식 취득 불가" vs 고려아연 "특수관계인 해소"


영풍 "매수하면 결국 회사 손해"
고려아연 "지배력 상실한 지 오래"

영풍과 고려아연이 촌각을 다투는 법적 공방을 시작했다. 양측은 특별관계인 여부를 두고 한 시간 동안 치열하게 대립했다.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이 처음 열린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심문에서 '특별관계인' 여부를 두고 한 시간 동안 치열하게 대립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1시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영풍은 공개매수 기간인 9월13일부터 10월4일까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외의 방법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별도매수 금지 위반이라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영풍 측은 "자본시장법 140조에 따라 공개 매수에 의한 주식 매수, 별도매수 금지의무를 들어 특별관계자는 공개 매수 기간 동안 대상 주식을 공개매수에 의하지 아니한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과 채권자 영풍은 기업 집단 영풍에 속해있는 계열회사로서 특별관계인에 해당해 자기 주식을 직접 직간접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취재다.

또 손해 발생에 대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영풍 측은 "공개 매수 전후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공개 매수 전까지 주가가 52만원에서 54만원 사이였다"며 "공개매수 당일 주가가 20%가량 급등했고, 현재는 70만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가 실질 가치보다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 취득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 실질 가치를 취득한 경우와 비교해 차익이 상당한 만큼 회사 자산의 감소가 발생한다"고 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과거 채권자 영풍의 장 씨 가문과 최윤범 회장 측 최 씨 가문이 상호 협력해 고려아연을 지배했다는 것은 의문이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두 가문 사이 협력 관계는 동결됐고, 지난 23일 채권자와 MBK파트너스와 경영협력 계약을 체결해 어떠한 경우에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기로 약정함에 따라 더 이상 특수관계인으로 볼 수 없다고 공식화됐다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정기주총 상황을 들기도 했다. 고려아연 측은 "2024년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 1주당 5000원 배당을 제안한 것을 두고 채권자는 주당 1만원으로 추정해 제안했으나 회사 측의 제안이 61.4%가 찬성하고, 채권자의 수정안에 38.3%가 찬성해 채권자의 제의가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이고,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영풍은 특수관계인인 회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양측은 법원의 판단 시기를 두고도 다퉜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내달 4일 이전 이사회를 열어 주식 취득에 관해 결의할 것이라고 보고 4일 이전 법원의 판단이 나오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가처분을 한 차례 취소했다가 다시 제기하는 바람에 기간이 밀렸다. 원래 심리는 25일이었다"며 "신청을 취하하고 다시 내시는 바람에 재판부에서 다시 잡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오전까지 양측의 의견서를 받기로 하고 변론을 마무리했다. 내달 4일 이전에 판단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재판부는 "신속한 검토를 위해 30일 오전까지는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당부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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