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민원사주 방관할 수 없었다"…얼굴 드러낸 공익신고자들


"경찰, 공익신고 도운 사람까지 겁박"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 사주 의혹 공익신고자 신분 공개 기자회견에서 공익신고자 탁동삼(왼쪽 세번째) 씨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을 제보한 방심위 직원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공익신고를 한 이유와 경위를 밝혔다. 이들은 수사기관에 류 위원장 민원 사주 의혹을 신속히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는 민원 사주 의혹을 최초 제보한 방심위 직원 3명의 '공익신고자 신분 공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심의기구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를 알게 됐는데, 방관하고 모른 척하게 되면 회사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훗날 변명할 수 없는 과오가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공익신고했다"고 설명했다.

탁동삼 방심위 전 팀장은 "원래는 팀장이었지만 제보 이후 좌천돼 현재는 연구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월급을 받아서 가족을 건사하는 직업인으로서 위원장의 비리를 알린다는 것은 두려웠고 위원장의 민원 사주로 셀프 심의와 징계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두려움을 넘을 수 있게 해준 것은 심의기구의 일원으로서 가져온 직업적인 양심과 동료, 회사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했다.

이어 "작년 말 비실명으로 공익신고를 진행한 이후 오늘처럼 신분을 드러내는 일이 없길 바랐다. 그러나 결과로 남은 것은 경찰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와 두 번에 걸친 압수수색"이라며 "익명 신고자라 하더라도 충분한 자료와 증거를 증빙하면 국가기관을 통해 합리적인 조사와 판단이 이뤄질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이 주변인들을 향해 부당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탁 전 팀장은 "경찰의 수사는 공익 제보자들에 그치지 않고 공익신고에 도움을 준 정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직원들을 피의자로 특정하고 압수수색하는 등 겁박하기까지 했다"며 "다른 직원들을 협박하는 일을 멈추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현재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과 공익신고자들의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월과 9월 방심위 사무실과 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심위 직원들의 통신 조회도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민원 사주 의혹은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서울남부지검에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이후 양천경찰서에 배당됐다. 경찰은 지난 1월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고발인 신분으로 한차례 불러 조사했다. 류 위원장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공익신고자들은 류 위원장을 향해 "가족들과 지인들이 민원에 관여하지 않았냐.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해명하지 못한다면 공직자 자격이 없다"며 "본인 말처럼 억울하다면 더 이상 경찰 조사를 핑계로 민원인을 가장한 가족과 지인들의 뒤에 숨지 말고 나와서 함께 조사를 받자"고 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가족과 지인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상대로 가짜뉴스 심의 민원을 넣도록 사주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방심위는 민원을 토대로 신속 심의를 결정하고 지난해 11월 KBS, MBC, JTBC, YTN 4개 방송사에 총 1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익신고자들은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으로 신고했다. 이후 권익위는 참고인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건을 방심위로 돌려보냈다. 방심위도 지난해 12월 불법적인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다며 검찰에 공익신고자들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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