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 장기화로 남은 의료진 체력이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인력 수급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응급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우선 응급 진료 등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0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에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가 장기화되고 있고 의료현장 인력의 피로도는 여전히 높다"며 "의료현장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응급실 인력 확충 대책은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배경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군의관 250명 파견 및 재배치 관련 질문에 "파견된 군의관 중 일부가 업무 조정이 원활하지 않아서 재배치를 요청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장의 수요와 군의관의 전공과목을 고려, 재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원활히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재배치 과정 및 절차와 관련해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배 국장은 '군의관 재배치 과정에서 군의관이 어디에서 대기하냐, 응급실 등에 배치된 군의관들의 근무 거부 및 이탈 이유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배치된 군의관이) 현장에서 진료를 하다가 맞지 않는 경우들이 있었다"며 "응급실에 배정됐던 군의관 중 응급의학과가 아닌 이들의 경우에는 (진료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래서 병원의 수요와 본인의 전문 분야, 역량을 감안해 재배정하는 절차를 국방부와 협의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응급실 등 의료현장에 군의관 250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3명은 병원 측과 면담 후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기존 근무지로 돌아갔다. 아주대병원에 파견됐던 군의관 3명도 모두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인력 충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광역응급의료상황실 기능 강화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냐'는 질문에 "7월부터 4곳 운영을 시작했다"며 "나머지 2곳에 대해서는 사무실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나 다른 공간을 이용해 부분적으로 사람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진료 상황 속에서 인력 채용이 원활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며 "당초에 예상했던 인력을 다 충원하고 있지는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대란 우려가 제기되자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400여명 긴급 채용에 인건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1일 기준 인건비 지원을 신청한 병원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정부는 응급의료 대책으로 보상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추석 연휴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중증·응급수술 가산 등 수가 지원 기간 연장을 검토할 방침이다. 정 실장은 "이번 연휴 기간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권역·전문·지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 가산, 중증·응급 수술 가산과 같은 수가 지원 사안도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며 "권역 단위에서 환자 이송·전원이 적절하고 신속히 이뤄지도록 광역응급의료상황실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관련 수가 지원 확대나 상시화 외에 배후 진료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대책으로 어떤 것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응급실 후속 진료 부분에 있어서도 수술이나 마취 이런 행위에 대한 수가 가산을 인상했다"며 "진료지원 간호사에 대해서도 진료 역량을 계속 유지하고 여러 가지 신속한 전원·이송, 광역상황실 역할 기능 강화 등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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