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추석 위기는 넘겼지만…응급 현장은 아슬아슬


정부 '선방' 자평에도 곳곳 진료 차질
의정갈등 지속에 의료진 체력 한계 도달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 곳곳에서 진료 차질이 발생했다. 다만 정부는 연휴 기간 응급의료 체계가 대체로 정상 작동했다고 자평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지난 추석 연휴 우려했던 응급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뺑뺑이' 등 사례가 나타났다. 응급실 의료진 체력이 한계에 달한 가운데 의정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으면서 의료 현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 곳곳에서 진료 차질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에서 25주차 임신부가 양수 유출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병원 75곳에서 수용 거부됐다. 임신부는 6시간이 지난 후에야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정 상태로 확인됐다.

지난 15일에는 광주 광산구에서 50대 남성의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이 문틈에 끼어 절단됐다. 이 남성은 광주 시내 응급실 4곳에 연락했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어 전전하다가 전북 전주시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복지부는 "임신부 25주 이내 조기분만은 고위험분만에 해당하는 시술"이라며 "전국적으로 진료와 신생아 보호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평시에도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진료센터 20곳을 운영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손가락 절단 사고를 두고는 "손가락 등이 절단될 시 시행되는 수술은 전국 총 5개의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포함해 일부 병원에서만 진료 가능한 전문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 체계가 대체로 정상 작동했다고 자평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응급의료 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됐다"며 "의료진이 현장에서 쉴 틈 없이 헌신하고 국민도 경증일 때 응급실 이용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SNS에 당 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 대표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서는 (의료계와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속적으로 (전공의와의) 만남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한 박 위원장 /임영무 기자

추석 연휴 사망자 등 심각한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휴를 기점으로 응급실 전문의 등 의료진 체력이 심하게 소진돼 응급의료 대란 우려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사람이다. 7개월이 넘어가는 오랜 격무로 허리 디스크가 터져 수술을 받기도 하고, 골절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병가를 내기도 했다"며 "점점 힘들어지는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연말로 갈수록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사태를 해결할 의정 간 대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정치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당 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 대표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서는 (의료계와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속적으로 (전공의와의) 만남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전공의들과 '물밑 접촉'을 하고있다는 취지의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한 대표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소통해오고 있다. 거의 '읍소 수준'의 얘기를 전달하고 있다'는 정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전협은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도 이후 자신의 SNS에 "의사 출신 분들을 통해 소통했다"며 "박 위원장으로부터는 이렇다 할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해서 실망스럽지만 일부 오해 소지가 있었다는 점은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의료 공백 장기화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성모(63) 씨는 "동생이 또 암에 걸렸다"며 "의사들이 떠났다고 해서 이번 만큼은 아프지 않길 바랐는데 딱 이때 (암에) 걸려서 너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가 합의점을 찾지 않아서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응급상황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6세 자녀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는 이모(44) 씨도 "추석 연휴 동안 (아이 진료는) 아슬아슬하게 잘 넘어간 것 같다"면서도 "상황이 더 길어지면 국민 분노가 임계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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