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시의회 첫 여성 의장…최호정 "시민과 함께 더 좋은 미래로"


"구성원 모두 역할 하는 의회 만들 것"
첫 여성 의장…"트로피로만 남지 않게 일하겠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12일 오후 시의회 본관 집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더팩트ㅣ이헌일·김해인 기자] "뒤에서 받쳐주고 밀어주는 모티베이터가 되겠다"

11대 서울시의회 후반기 의장을 맡은 최호정 의원(국민의힘·서초4)이 생각하는 의장의 역할이다.

최호정 의장은 지난 12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다 본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의회를 만들겠다. 제가 끌고 나가는 것도 한두개는 있겠지만, 많은 좋은 의견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다 빛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회를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의장은 국민의힘 서울시당 여성위원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 국민통합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8·9대 시의회를 거쳐 이번 11대까지 3선을 달성했다. 올 7월부터는 후반기 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서울시의회 68년 역사상 첫 여성 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스스로도 그런 상징성에 책임감을 갖고 후반기 의회를 꾸려가겠다는 각오다.

최 의장은 "최초의 여성 의장이란 타이틀이 상징적 트로피로만 남지 않도록 여성 의장이라서 할 수 있는 일, 더 잘할 일을 해내겠다"며 "주목받는 것만큼 책임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해서 첫 여성 의장이지만 마지막 여성 의장은 되지 않도록, '정말 잘했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전 의회 정치가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보육, 교육, 돌봄, 청소년 문제 등 생활현장 문제 살뜰히 챙기겠다"고 설명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8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2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각오를 대변하듯 그는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늘봄학교 현장으로 달려갔다. 또한 그간 많은 논란을 거쳐 추진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직권 공포하는 등 교육 분야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 당선된 뒤에도 제일 먼저 교육현장에 다녀왔다"며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아직 쭈그려앉는 좌변기가 있는 학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육청과 협의해 꼭 필요한 곳만 놔두고 모두 양변기로 교체했다"고 돌아봤다.

특히 기초학력은 미래세대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체력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전반기 의회에서 기초학력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문해력, 수리력 진단평가가 시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 데 이어 후반기에는 관련 분쟁을 마무리하는 한편 평가 대상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11대 시의회는 전반기에 이미 저출생 대응 총력전을 선포했다. 후반기에도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결혼-출산-육아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처방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난임지원, 늘봄학교, 다자녀 지원 확대,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시, 교육청과 협력해 다양한 정책을 모색 중이다.

최 의장은 "아무리 뾰족한 수를 내도 바로 해결되는 방법은 없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모든 방법으로 접근해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지난 1991년 지방선거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방의회의 여건은 국회와 비교에 열악한 실정이다. 최 의장은 최근 마무리된 후반기 첫 임시회 개회사에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국회에 할 말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방의회의 의회다움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운영에서 시작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의원들의 정책, 입법활동 지원하는 정책지원관의 숫자와 지위를 조정하는 것도, 의회사무처의 국장급 정원을 하나 늘리는 것도 의회 뜻대로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장 지방의회법을 제정하기에는 넘어야 할 관문 많다"며 "법·제도 개정으로 시행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국회를 설득해가겠다"고 말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12일 오후 시의회 본관 집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그는 다양한 경험을 쌓은 3선 시의원임에도 그간 특별한 계파·정파 없이 활동해왔다. 시민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 '진짜 정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 의장은 "제게 정치란 시민들과 함께, 동료들과 함께 더 좋은 미래로 나아가는 작업"이라며 "꼭 내 편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의견도 반영해서, 혼자가 아닌 우리로서 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반목이 심해지고 이른바 '팬덤정치'가 강화되는 이유도 서로 다른 생각을 무조건 배제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넓게 포용하는 정치적 타협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토론도 하기 전에 정답이 정해지는 정치는 시민, 국민의 피해를 낳는다. 적어도 서울시의회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토론과 타협을 통해 시민의 뜻을 더 크게 포용하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최근 본회의 5분 자유발언도 원래는 교섭단체 의석 비율에 따라 기회를 주는데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서 8명, 우리 당에서 8명이 신청했다"며 "민주당 발언을 4명으로 줄일 수 있었지만 다 받아줬다"고 부연했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일꾼'을 자처했다.

"시민들이 힘들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서울시의회라면 좋겠다. 시민들이 뽑아준 시의원 111명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시민들이 주신 세금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일을 하겠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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