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사위는 10대 로펌 변호사…'흙수저 재판부'는 피곤하다


법관-대형로펌 변호사 혼맥 증가
변호사와 가족관계로 사건 회피
법조계 "회피 기준 명확히 정해야"

변호사 시장의 확대와 법조일원화 등 법조계의 변화에 따라 법관과 대형 로펌 변호사의 혼맥이 법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변호사 시장의 확대와 법조일원화 등 법조계의 변화에 따라 법관과 대형 로펌 변호사의 혼맥이 법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형로펌에 근무하는 사위를 둔 법관 대신 로펌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른바 '흙수저' 재판부가 어려운 사건을 떠맡게 된다.

재판부 기피와 회피는 다르다. 법관이 개인적 사유나 사건 당사자와의 관계 등의 이유로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사건을 '회피'한다. 재판의 당사자인 원고, 피고, 검사, 피고인도 이같은 이유가 있으면 회피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4조의 회피신청 및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에 따라 개인적으로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사건을 맡게 된 경우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판사 출신 A 변호사는 다른 합의부 배석 판사가 10대 로펌 변호사를 사위로 맞아 자신의 재판부로 사건이 무더기로 넘어온 적이 있다. A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사돈을 맺은 판사가 있는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 중 태평양에서 맡은 사건이 모두 우리 재판부로 넘어왔다"며 "로펌이 크다 보니 넘어오는 사건의 양이 많았다. 특정 로펌 건은 정해진 부로 재배당되게 돼 있었다"고 말했다.

세명의 판사로 이뤄진 합의부에 셋 중 아무도 대형 로펌과 혼맥을 가지지 않은 합의부는 '흙수저' 재판부로 불린다. 민사 재판 경험이 풍부한 판사 출신 B 변호사는 "대형 로펌과 친족 관계가 없으면 우스갯소리로 흙수저 재판부라고 한다"며 "다른 재판부 사건을 도맡아 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특히 대형 로펌 사건들은 난이도가 높아 흙수저 재판부는 부담이 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자료사진/이새롬 기자

법조계에서 검사와 판사 간 혼맥 등으로 맺어진 인연은 꽤 오래된 문화였다. 지금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인 봉욱 전 서울동부지검장의 장인은 예상해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다. 강신욱 전 서울고검장의 사위는 조상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김기수 전 검찰총장의 사위는 이명순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다.

다만 법원 안팎에서는 최근들어 검사와 판사 사이보다 대형 로펌과 법원·검찰의 혼맥이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같은 현상은 판검사보다 대형 로펌행을 선택하는 예비 법조인들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법조 경력자 중 판사와 검사를 채용하는 법조일원화의 영향도 크다. 지난 2011년 도입된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판사가 되려면 변호사 등 법조 경력 최소 5년 이상이 돼야 한다.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아무리 공부를 잘하더라도 로펌 경력이 없으면 판사 임용 조건을 채우지 못하다 보니 생긴 문화"라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회피 기준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고 관계까지 회피해야 하는지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 수도권 법원은 재판부가 많기 때문에 재배당할 수 있지만 지방 법원은 배당하다 보면 아예 사건을 맡을 재판부가 없는 곳도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법조 윤리가 강조되고,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며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회피할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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