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공항·터미널 북적북적…추석 설레는 발걸음


고향가는 청년 "어머니 음식 많이 먹고 올 것"
'기차 표 예매 전쟁' 속 버스도 예매 치열

연휴를 앞둔 13일 오후 용산구 용산역 대합실에 귀성객들이 앉아 있다. /김시형 기자

[더팩트ㅣ장혜승·조소현·황지향·김시형·이윤경 기자] "며느리가 표를 구해줘서 여수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손녀 얼굴 볼 생각에 기쁘네요."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대합실 좌석에 앉아있던 최모(61) 씨는 "아들이 서울에 살아 아들 내외와 손녀를 보러 여수에서 올라왔다"며 설렌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예매 전쟁' 속 귀성 기대감 가득..."가족들과 시간에 설레"

용산역 3층 대합실 좌석은 귀성길 열차를 기다리는 240여명으로 가득 찼다. 앉지 못하고 주변에 서 있는 귀성객들도 100여명에 달했다.

선물 보자기를 들고 고향 광주에 내려간다는 30대 최모 씨는 "서울에 자취한 지 1년 만에 드디어 고향에 내려가게 됐다"며 "이번 추석 때 오랜만에 어머니 음식을 많이 먹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목포행 KTX 탑승구 앞에서 대기 중인 50대 여성 김모 씨는 "기차표를 구하기 힘들었는데 '아들 찬스'로 어찌저찌 구했다"라고 했다.

용산구 서울역은 기차를 기다리는 인파로 가득 찼다. 승강장으로 나가는 출입구 맞은편 마련된 3칸짜리 좌석 50여 개에는 수용 가능한 인원보다 많은 200여 명의 사람이 앉아 있다. 승객들은 좌석 옆에 부착된 간이 테이블에 앉거나 한 좌석에 둘이 나눠 앉기도 했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려던 사람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낮 12시30분 기준 경부선, 호남선, 경전선, 전라선 등 하행 기차들은 거의 매진 상태였다.

잔여 좌석을 표기한 전광판에는 빨간색 글씨의 '매진'만이 적혀 있고 남은 자리는 입석에 불과했다. 승차권을 구입하려던 한 외국인은 창구 직원의 '솔드아웃'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5분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날 서울역을 찾은 가족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반려견에게 간식을 먹이며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 아이에게 좌석을 양보한 채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부모,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내딛는 노모의 팔짱을 낀 채 인파를 뚫는 중년 여성도 볼 수 있었다.

고향이 창원이라는 이윤지(31) 씨는 "이번 명절에도 취소표를 겨우 구했다"며 "동생들이랑 같이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표 구하는 게 어려워 따로 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 씨는 웃으며 "연휴가 길고 연휴가 끝나도 이틀만 출근하면 또 쉬지 않나. 명절 기간 동안 못 본 친구들도 보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0일 전에 귀국했다는 마크 리(43) 씨는 "사업차 미국에 갔다가 오랜만에 왔는데 추석이 겹쳐 고향인 대전에 내려가는 중"이라며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가족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려 한다"며 명절 연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르는 가족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비행기 이용 귀성객 '눈길'...제주 항공편 인기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는 귀향길 이동 수단으로 비행기를 택한 이들이 눈에 띄었다. 시댁이 있는 부산으로 간다는 김모(34) 씨는 "결혼 4년 차인데 그동안 차량, KTX 등을 이용해 내려갔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비행기로 가보려고 한다"며 "공항에 와서 그런지 여행가는 느낌도 나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행 비행기를 타러 왔다는 김지해(37) 씨는 "매년 비행기를 이용해 부모님 집에 내려가고 있다. 이상한 날씨 때문에 혹시 결항이나 지연되는 게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은 거 같다"며 "얼른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푹 쉬고 싶다"고 했다.

귀향 대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층에 있는 한 항공사의 짐을 부치는 곳에는 약 50명이 줄을 서고 순서를 기다렸다.

특히 제주도로 향하는 이들이 많았다. 비행시간 전광판의 23개 노선 중 17개가 제주였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대부분이었다. 공항을 배경으로 아빠와 딸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엄마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중학생 딸들과 제주로 향하는 주진호(48) 씨 가족은 도넛을 하나씩 들고 대기석에 앉아 수속 시간을 기다렸다. 주 씨는 "오랜만에 가는 가족여행에 신난 탓인지 너무 일찍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대학생 딸과 제주로 향한다는 정모(50) 씨는 "올해 딸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추석을 맞아 딸과 둘이 제주도에 가서 힐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있는 아들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아빠가 가는 골프 여행에 같이 가기로 해서 괜찮다"고 덧붙였다.

세자매가 골프여행을 떠난다는 이모(42) 씨는 "이번에는 색다른 추석을 보내러 간다. 이제 막 골프를 배운 막내를 위해 자매들끼리 제주에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에서 굉장히 부러워하는 신개념 명절"이라고 자랑했다. 이들의 카트에는 명절 선물 대신 골프가방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가족과 어린아이를 달래가며 가는 젊은 부부, 아웅다웅하는 연인들까지 많은 이들이 짐을 부친 뒤 가벼워진 손만큼 설레는 얼굴로 여행길에 올랐다. 공항은 아기 울음소리와 제각각 떠드는 소리, 주문한 이를 찾는 카페 직원의 목소리 등으로 시끌벅적했다.

연휴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수속을 밟는 승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 기차 표 예매 실패해 버스 표 구매도..."본가 가서 물건 서리해올 것"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는 '기차 표 예매 전쟁'에 실패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기차만큼은 아니지만 표 사는 곳 전광판에는 '매진'이라고 뜨거나 잔여석 1~2석만이 남아 있어 귀성길 전쟁을 방불케 했다.

대합실 앞에 마련된 쉼터도 빈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호남선 대합실 앞 45개 좌석은 모두 대기하는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한 좌석에 끼어 앉은 이들도 보였다.

터미널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커다란 짐가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분주히 승차장을 찾는 모습이었다. 양손 가득 보자기에 싼 선물 꾸러미를 손에 든 이들도 많았다.

경부선 대합실에서 만난 오모(27) 씨는 5월 연휴 이후 오랜만에 부모님을 뵐 생각에 들뜬 모습이었다. KTX 표 예매에 실패하고 버스 예매에 성공했다는 오 씨는 "기장 쪽으로 가서 바다 구경도 하고 회도 먹을 생각에 신난다"며 "명절 상여에 부모님 드릴 선물도 챙겨왔지만 사실 챙겨가는 건 요만큼이고 본가 가서 물건 서리를 해올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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