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 "소용돌이 사법 시대…양 극단 사이 중심 지켜야"


"양 진영 비난과 저주 소명의식으로 견뎌"…임기 2년 마치고 퇴임

[더팩트ㅣ장윤석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오른쪽)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5대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13일 검찰 구성원들에게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 양 극단 진영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말라고 당부했다.

이원석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지금은 정치·경제·문화·예술·종교·과학·기술·의료와 같은 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가히 ‘소용돌이의 사법(Jurisdiction of the vortex)’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 총장은 "진영과 정파, 세대와 성별, 계층과 지역으로 나뉘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아니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그리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회가 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고 지적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5대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장윤석 기자

검찰총장 직무대리 기간을 포함해 2년4개월간의 임기를 놓고는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습니다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구성원을 향해서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 심화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로 인해 오로지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 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검찰과 사법에 사회의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도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임식을 마친 이 총장은 권순정 수원고검장, 송경호 부산고검장 등 후배 검사들의 박수 속에 부인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대검찰청사를 떠났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부임하면서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다가 9월 정식 취임했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9번째로 임기를 채운 총장이 됐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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