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10일 22주년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았지만 자살예방 교육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도 자살예방 교육 의무화 대상에 30인 이상 사업장은 빠지는 등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1~5월 자살 사망자는 총 6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 증가했다. 하루 42명꼴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5.2명으로 OECD 평균 10.6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정부는 심각성을 인정하고 예방에 나섰다. 지난 7월12일부터 자살예방 교육 의무화를 뼈대로 하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시행됐다. 시행령에는 자살 예방 의무교육 대상과 방법, 실시 횟수, 결과 제출 등이 담겼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초·중·고등학교, 사회복지시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연 1회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집합교육, 시청각 교육, 인터넷 교육 중에서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의무 기관 대상의 장은 교육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다음해 1월31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관련 부처 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상시근로자가 30명 이상인 사업장, 대학교 및 대안교육기관은 의무화 대상 기관은 아니지만 자살예방법에 따른 교육 노력(권고) 대상으로 지정됐다. 교육 내용은 자살예방 인식 개선과 생명지킴이로 나뉜다. 인식 개선 교육은 학생과 직장인 등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자살 현황과 경고 신호, 위기 대응 기술 등을 다루는 생명지킴이 교육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이 주로 받는다.
문제는 30인 이상 사업장이 교육 의무화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온라인 교육으로는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에서도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 4대 폭력 예방 교육이 의무지만 실질적으로 거의 참여를 안한다"며 "교육 권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예방 교육을 이수했을 때 혜택을 줘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교육 참여 동기를 강화하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시간만 허비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가 전혀 없을 수 있다"며 "각 학교나 기관장의 리더십과 교육 이수 시 인센티브 부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공군에서는 참모총장이 맨앞에서 자살예방 교육에 참여하고 1년에 2번 이상은 간부들 주도로 듣고 고과에 반영하기도 한다"며 "이런 노력들이 공군 자살률 감소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3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교육의 타당성을 검토한 뒤 개선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30인 이상 사업장은 자살예방법 시행령 입법예고 시 교육 의무대상이었으나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기업의 경제적, 행정적 부담을 고려해 노력 대상으로 규정했다"며 "자살예방법 시행령 16조에 따라 3년마다 교육의 타당성을 고려해 개선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교육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두고는 "초·중·고등학교는 대면 교육을 권고하고 있으며, 교육 효과가 누적돼 성인이 된 이후에는 온라인 교육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며 "교육 시행 이후 효과성 평가를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은 지난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자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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