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억 계좌 미신고' 적발됐는데 해외 체류…대법 "공소시효 정지"


벌금 12억5천만원 확정

범인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에 머물렀더라도 체류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범인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에 머물렀더라도 체류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옛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16년 스위스 금융 계좌 잔액이 220억여원이었는데도 정해진 기간 안에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국제조세조정법이 통합된 조세범처벌법에 따르면 해외 금융사에 계좌를 가진 거주자는 그해 매달 마지막날 하루 기준 잔액이 10억원을 넘으면 다음해 6월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1심은 A 씨에게 벌금 25억원, 2심은 12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공소시효가 쟁점이었다. A 씨는 혐의는 인정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검찰이 자신을 기소했으니 무죄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2년 6월7일 A 씨의 위반행위를 놓고 세무대리인 조사를 벌인 뒤 과태료 20억원을 사전 통지했다.

당시 홍콩에 머무르던 A 씨는 7월28일 귀국했다. 2017년부터 7월1일부터 기산된 5년 공소시효가 지난 뒤였다.

검찰은 A씨의 세무대리인이 조사를 받은 6월7일부터 귀국한 7월28일 전날까지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며 기소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형사소송법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라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 규정은 범인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형사처분을 피하려고 해외에 계속 체류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도 해외 체류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여러 체류 목적 중에 하나라면 충분하다고 봤다.

이어 A 씨는 2022년 6월7일 세무대리인이 조사를 받고 과태료 사전 통지까지 받았으므로 적어도 이때부터는 자신의 법 위반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15일에는 자신의 혐의를 놓고 세무당국에 소명을 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를 알고도 곧바로 귀국하지 않은 A 씨의 공소시효는 그 기간 동안 정지된다는 검찰 주장에 손을 들었다.

lesli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