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허위보도 의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대부분 언론 기사라며 입증 취지를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 정식 공판은 오는 24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기자 등 4명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증거 목록으로 제출한 방대한 양의 언론 기사를 놓고 "기사를 제출할 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증거로 제출한 김 씨의 인터뷰 기사 등을 언급하며 "이 사건은 기사가 증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느낌이 든다. 김 씨, 남욱, 정영학 등 관련인들은 재판도 받고 있어 더 확실한 신문조서 등이 있는데 왜 기사를 제출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검찰은) 입증취지 보강을 서둘러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 두차례 준비기일에서도 공소장에 불필요한 내용이 많아 수정이 필요하다고 검찰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9일 법원에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70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을 50페이지가량으로 줄였다.
검찰은 변경한 공소장에서 재판부가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지적한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을 삭제하고,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유착관계'라는 단어를 삭제해 대장동 사업 관련 경위도 대폭 수정했다.
다만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 변경 내용을 설명하며 "김 씨가 유포한 '공산당 프레임'은 김 씨의 범행 동기와 목적, 범죄 성립 여부 판단에 있어 반드시 필요사항이긴 하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재판부는 "잠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는 게 걸린다. 필요하면 (공소사실에) 넣어라. 명예훼손과 관련해 꼭 필요하면 넣어야 한다. 검찰에서 (꼭 필요한 공소사실이라고) 판단하면 그 기준으로 (재판부도) 판단하겠다"라며 검사의 말을 끊기도 했다.
재판부는 여전히 검찰 공소장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이 공소장 분량을 줄이긴 했지만) 아직도 공직선거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거듭 지적했다.
또 "공소장에 경위 사실과 동기와 목적 등이 다 적혀있다. 재판부로서 공소장을 보고 '판결 이유가 공소 사실에 (왜) 다 들어가 있지'라는 느낌이 든다. 공소사실에 검찰이 주장할 부분까지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경위 사실이 정리되지 않은 느낌도 있다"라면서도 "더 이상 공판준비기일에서 언급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다"라며 오는 24일 첫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이 허위 사실인지, 아니면 진짜 수사가 무마됐는지가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이라고 정리했다.
앞서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한 허위 인터뷰를 보도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보도 대가로 1억6500만 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21년 9월 15일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 전 위원장을 만나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있을 당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 씨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의 허위 인터뷰를 했다.
뉴스타파는 이를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보도했는데, 검찰은 김 씨가 인터뷰 닷새 뒤인 2021년 9월 20일 신 전 위원장이 집필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라는 책 3권 값으로 건넨 1억6500만원을 허위 보도 대가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