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윤경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병원 곳곳에서 노사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타결됐다. 타결에 실패한 일부 병원 소속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은 예고한대로 29일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다.
이날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쟁의조정 절차에 돌입했던 62개 병원 사업장 중 22곳에서 노사 임단협 교섭이 타결됐다.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회의를 진행한 결과 고려대학교의료원과 중앙대학교의료원,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등 병원 18곳 22개 사업장에서 노사가 합의에 성공했다. 이들 병원 소속 노조원들은 예고한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 근무한다.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한 간호법 제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극적 타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사 업무를 일부 담당하는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를 명문화하고 그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나머지 40곳에서는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을 내고 "간호법이 통과돼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렸던 PA 간호사를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됐다"며 "노사 교섭 타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원만한 타결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이 최종 결렬되는 병원 소속 노조원들은 예정대로 이날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 이탈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의 파업까지 현실화하면 입원과 외래 진료 등의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60여개 직종이 속해 있다.
다만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을 하더라도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 유지 업무에는 인력을 투입해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파업에 동참하는 병원도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면서 우려했던 의료 현장의 혼란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보건의료노조 산하 병원 53곳 62개 사업장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 △임금 인상 6.4% △불법의료 근절과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는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우려를 표명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환자의 불안과 고통이 커지지 않도록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보건 의료인들과 사용자들도 사태 해결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대화로 풀어가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