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보다 티켓 값이 더 비싸…그들이 영화관 발 끊는 이유


영화티켓 주말 기준 1만5000원
펜데믹 이후 3대 멀티플렉스 줄인상
시민단체 담합 혐의로 공정위 신고도

영화 티켓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영화배우 최민식의 발언으로 다시금 불붙었다. 영화 범죄도시4가 8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5월 6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범죄도시4 상영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OTT 한 달 구독료보다 극장 표값이 더 비싸다. 아무리 큰 화면에서 보는 게 영화 보는 맛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부담이 된다. 극장들도 정신 차려라. 계속 올리면 진짜로 안 간다."

영화 티켓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영화배우 최민식의 발언으로 다시금 불붙었다.

극장과 소비자뿐만 아니라 제작사와 배급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인 만큼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식은 지난 17일 MBC 대담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극장 (티켓) 값도 많이 올랐잖나. 좀 내리라"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 위상이 높은 배우의 발언인 만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최민식의 발언이 담긴 영상에는 "OTT 한 달 구독료보다 극장 표값이 더 비싸다", "(영화관) 세 번 갈 거 한 번만 가고 있다", "극장 자리도 불편하고 비매너 사람도 많고 2시간에 1만5000원은 너무 비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전부터 영화 티켓 가격은 꾸준히 올랐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극심한 손실을 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당초 1만2000원 수준이던 티켓값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성인 2D 일반 영화 주말 기준 1만5000원까지 끌어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시민들은 대체로 1만5000원어치 티켓값만큼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직장인 신모(31) 씨는 "멀티플렉스들이 독과점 형태에서 너무 많이 챙기는 것 같다"며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과 극장의 서비스를 합쳐 1만5000원 가치가 안 된다"고 말했다.

통신사 할인마저도 적용받지 못하면 체감 물가는 더더욱 가파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화 티켓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영화배우 최민식의 발언으로 다시금 불붙었다. 최민식이 지난 17일 MBC 시사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대담을 하고 있다. /MBC유튜브 캡처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우모(29) 씨는 "영화관 어플을 이용하면 항상 3000원 쿠폰을 줘서 실질 (티켓) 가격은 1만2000원 같다"면서도 "모바일 앱과 할인수단 이용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겐 엄청 비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정모(30) 씨는 "휴대폰 요금을 월 3만원대 정도밖에 안 내다 보니 통신사 할인 혜택도 많이 못 받는다"며 "넷플릭스 같은 대체재가 많은데 굳이 영화관을 가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TDI가 지난해 10~6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응답자 중 62.9%가 영화관 이용 최대 단점으로 '비싼 관람료'를 선택했다.

최신 개봉 영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 챙겨본다'가 39.7%로, '꼭 영화관에서 볼 정도로 관심이 크다'(23.4%)는 응답을 앞섰다.

영화 티켓값 논란은 멀티플렉스 3사 담합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6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를 티켓 가격 담합·폭리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 단체는 "멀티플렉스 3사는 가격 인상의 이유로 코로나19 시기 적자를 들었으나 팬데믹은 종식됐고 CGV도 흑자로 전환했다"며 "티켓 가격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극장수, 임대료 비용, 인건비, 영업수익 등이 모두 천차만별인데도 1위 사업자인 CGV가 가격을 인상하면 한 두 달 사이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동일하게 가격을 올리는 담합행위를 세 차례나 저지른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티켓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영화배우 최민식의 발언으로 다시금 불붙었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7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멀티플렉스 등 극장에게 불공정 정산 행위를 중단하고 스크린 독과점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극장은 영화산업 정상화를 위해 투자사 등 영화업계 주체들과 함께 영화산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티켓 가격 결정은 철저히 각 사업자의 경영 판단하에 이뤄진다"며 "(3사의) 티켓값이 유사한 것은 극장의 운영 형태, 판매 상품, 임대료·인건비 등 제반 비용 구조 등 사업적 특성이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담합 의혹을 부인했다.

극장업계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주장을 놓고는 "호황기였던 팬데믹 이전의 60%가량밖에 회복하지 못했다"며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화들이 많아지면서 투자를 받지 못하는 작품이 늘고, 이에 따라 영화를 제작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협회는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영화산업 정상화를 위해 투자·제작·배급사와 함께 극장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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