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속운전 이유만으로 보험금 환수는 부당"


"보험급여 제한 사유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본인의 속도위반으로 차량 간 충돌이 있었으나 쌍방의 과실이 인정된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보험급여를 환수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과속운전으로 사고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보험급여를 환수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지난 6월 A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A 씨에게 부과한 2973만 7800원의 환수 고지 처분을 취소했다.

A 씨는 2022년 8월 김포시에서 서울 방향으로 시속 112㎞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면서 2차로에서 같은 방향으로 차선을 변경하던 택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A 씨는 발꿈치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건보공단은 A 씨의 치료비 중 일부인 2973만 7800원을 부담했다.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A 씨가 2011년부터 자동차보험에 가입됐고, 피해 차량에 물적 피해만 발생한 점 등을 이유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불입건 결정을 내렸다.

이후 건보공단은 A 씨가 사고 당시 속도를 위반한 점을 들어 사고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판단하고 A 씨가 받은 보험금에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자신이 제한속도를 위반해 과속 운전하기는 했지만 피해 차량의 급브레이크와 방향지시등 미작동 등도 사고 원인이었다며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한 '중대한 과실'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건보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씨의 부상이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험급여 제한 사유로 되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과속운전 중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범죄행위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사고 당시 피해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고 급감속했다'는 A 씨의 주장도 사실로 확인된다며 사고를 오로지 원고의 범죄 행위로 볼 수 없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피해 차량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작동해 그진로 변경을 예고하고 전후좌우의 교통상황을 잘 살피면서 차로를 변경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 또한 사고 발생에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manyzero@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