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나만 없어 고양이'에서 '나도 있어 고양이'가 됐어요. 유기동물 입양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용기를 내 하루빨리 즐거운 집사 생활을 하시길 바라요."
이달 1일 서울 서대문구 내품애(愛)센터에서 반려묘 '주이'를 입양한 허모(39) 씨는 "관리가 잘 된 친구를 잘 교육하고 보내줘서 초보 집사인데도 크게 준비할 게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대문구는 올 4월 지상 3층, 총면적 760㎡ 규모의 센터를 열었다. 1층에는 상담실, 놀이실, 목욕·미용실, 유기동물 최대 18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실을 갖췄다. 2층에는 체험교육장과 커뮤니티룸, 옥탑층에는 실외놀이터가 있다.
2살로 추정되는 러시안블루 수컷 고양이 주이는 올 6월 구조됐다. 센터에서 2개월간 보호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성을 키웠다. 이후 허씨가 센터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은 뒤 센터의 1호 유기동물 입양자가 됐다.
허 씨는 "직장동료가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는데 좋아보인 게 큰 계기가 됐다"며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환경이 안 돼서 미루고 있었다. 입양을 한다면 유기묘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떠올렸다.
주이를 처음 만난 건 센터 홈페이지에서였다. 사진으로 처음 봤는데 보호 종료기간이 멀지 않았다. 빨리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센터에 방문했다. 허 씨는 "생각보다 작아서 안쓰러웠는데, 센터에서 잘 돌봐주셔서 애교도 많아 반했다"고 회상했다.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안락사라는 현실에 입양을 결심했다. 반려동물을 한번도 키워본 적 없지만 센터에서 체계적인 입양절차를 밟으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3회 이상 방문해 입양 의사를 표현하고, 회의를 거쳐 입양자로 확정된 뒤 교육 수료하고 입양서류를 작성했다. 입양 이후에도 교육을 2번 더 받았다.
허씨는 "초보여도 어느 정도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강의에 나와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며 "고양이가 새벽부터 일어나 밥 달라고 하다 보니 반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됐다"며 웃었다.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처가 있는 유기동물 입양을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다.
"(주이도) 큰 걸 바라는 것 같지 않아요. 같이 마음을 나누고 살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어느 정도 큰 동물이면 이미 성격이 갖춰져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큰 장점이라고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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