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영상' 의료진 4명 추가 입건…살인방조 혐의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마취과 전문의 1명과 간호조무사 등 보조의료진 3명, 총 4명을 살인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 회원들의 낙태죄 유지 촉구 기자회견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임신 36주 차에 낙태(인공임신중절)를 했다고 주장한 유튜버의 수술에 관여한 의료진 4명이 추가 입건됐다. 경찰은 수술 집도의가 작성한 사산증명서를 확보, 사산 사유란에 '자연 유산'이라고 적힌 것을 확인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마취과 전문의 1명과 간호조무사 등 보조의료진 3명, 총 4명을 살인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20대 여성 유튜버 A 씨의 낙태 수술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 씨는 지난 6월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임신 24주를 넘긴 낙태는 모자보건법상 불법이지만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대체 입법이 5년째 지연되면서 처벌 효력이 없는 상황이다. 영상이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2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 씨와 A 씨의 낙태 수술을 집도한 수도권 모 산부인과 병원장 B 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병원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가 없었던 점을 확인, B 씨에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A 씨는 지인을 통해 B 씨 산부인과 정보를 알게 됐으며 이후 낙태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입건된 마취과 전문의는 B 씨 병원 소속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일회성으로 의뢰를 받아 여러 병원을 순회하며 수술 전 마취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조의료진 3명은 해당 병원 소속이다.

경찰은 두 차례 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태아의 사산증명서와 화장증명서를 확보했다. 증명서들은 각각 집도의인 B 씨와 화장터가 작성한 것으로 파악돼 위조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산증명서 사산 사유란에는 '자연 유산'이라고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것이 실제 태아가 사산된 상태였는지 증명할 수는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조가 아닌 허위인지, 내용적인 측면에서 사실관계 여부는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화장증명서와 관련 수술 날짜인 6월25일과 증명서 발급 날짜인 지난달 13일 사이 차이가 있는 이유도 추가 확인할 방침이다. 이 기간 동안 태아의 시신은 병원 내부에 보관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1~22일 마취과 전문의 1명과 보조의료진 2명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며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에 대한 분석을 마친 후 집도의에게 출석을 요구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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