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절기상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에도 낮 최고기온은 36도까지 치솟았다. 장기 폭염으로 말벌 개체군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벌 쏘임 사고도 급증했다.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에서 2018년 이후 6년 만에 '관심' 단계 조류경보가 발령돼 녹조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모두 이상기후가 빚어낸 진풍경들이다. 한반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으면서 생태계에도 이례적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최고기온은 30~36도로 예보됐다.
처서만 지나면 더위가 마법처럼 사라진다는 뜻에서 '처서 매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동안 처서 이후 기온이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7월 말 장마가 끝난 이후 한 달간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국적으로 벌 쏘임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6~7월 두 달간 119구급대가 벌 쏘임 환자를 이송한 횟수는 2583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42회 환자를 옮긴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출동 횟수인 1751건보다 47.5% 증가한 수치다. 소방대원들이 '벌집 제거'를 원하는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수도 올 들어 7월까지 잠정치 11만2234건으로 지난해 동기 7만8310건 대비 43.3% 증가했다.
여름철은 벌 애벌레가 성장하는 시기로 통상적으로 벌 신고 건수도 이때 집중된다. 소방당국은 여름철 기온이 매년 높아지고 특히 올해는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벌의 활동기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말벌독은 꿀벌보다 강해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청 관계자는 "말벌의 독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벌에 쏘였을 때 알레르기 반응으로 과민성 쇼크가 발생하면 1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은 식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22일 오후 3시를 기해 팔당호 팔당댐 앞 지점에 관심 단계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팔당호에 관심 단계 조류경보가 내려진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조류경보는 채취한 물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세포 수가 두차례 연속 1㎖당 1000세포 이상 1만세포 미만이면 '관심', 1만세포 이상 100만세포 미만이면 '경계', 100만세포 이상이면 '대발생'으로 단계별로 발령한다.
팔당호는 수도권의 주요 식수원으로, 팔당호를 원수로 쓰는 곳은 서울·인천·수원을 비롯해 경기도 남부 일부 도시, 화성 산업단지, 수원·안양 공단 등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예년보다 많은 비로 오염원이 물에 흘러든 상태에서 장마 이후 폭염이 지속해 높은 표층 수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각 가정에 수돗물을 끓인 뒤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19일 "최근 상수원(하천, 댐)에서 발생한 냄새 유발 물질은 높은 수온에서 출현하는 조류가 과다 번식해 발생하는 지오스민으로 분석됐다. 현재 정수처리공정을 강화하고 있다"며 "각 가정에서는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는 기간 동안에는 끓여 마실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9월이 다가오지만 더위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보돼 이같은 기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중국 산둥반도 쪽에서 기압골이 다가와 이날부터 23일 아침까지 전국에 짧고 강한 비가 내린 뒤 한반도 서쪽에서 티베트고기압이 세력을 넓힐 것이라고 예보했다.
티베트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부는 뜨겁고 건조한 공기로 산둥반도 부근에 고기압이 형성되겠고 한반도로 뜨거운 서풍이 불면서 폭염과 열대야는 당분간 지속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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