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스타 항공 채용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가 감봉 처분을 받은 경찰관이 징계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지난 6월 13일 이스타 항공 채용비리 사건 부실수사 의혹으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경찰관 A 경감이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경감은 지난 2021년 7월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팀장으로서 이스타 항공 채용비리 사건을 배당받아 B 경위에게 수사를 맡겼다. B 경위는 같은 해 10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의견의 사건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이스타 항공 채용비리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서울경찰청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자료를 확보하라고 수사를 지휘했다.
이에 B 경위는 보강 수사를 진행했으나 '진위가 불분명한 언론 보도 외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다시 불송치 의견으로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증거 추가 확보 여부를 알아봐달라며 재수사를 요청했으나 강서경찰서는 불송치 결정을 유지했다.
이후 2022년 9월에서 10월경 국회와 언론 등에서 이스타 항공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경찰청은 다음 달 A 경감과 B 경위를 감찰한 결과 각각 감봉 3개월,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A 경감은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휘·감독했으므로 자신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경감이 부실 수사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채용비리 사건의 유일한 수사 단서는 언론 보도였으나 기자가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증거 자료 제공을 거부한 점 등을 꼽았다. 취업 비리 연루자들도 진술을 거부했고 관련 시스템 자료도 대부분 사라졌다.
재판부는 A 경감이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으며 수사를 지휘 감독했고 검찰 재수사 요청 뒤에는 직접 이스타 사무실에 탐방을 가는 등 적극적이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A 경감은 기자의 비협조로 관련자들의 진술증거 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수사계획을 세웠으나 진술 확보가 어려워 수사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경찰의 해당 징계사유가 '사후과잉확신편향'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징계는 결국 채용비리 사건의 증거가 확보되고 기소됐다는 이유로 A 씨가 그 당시 추가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탓하는 것"이라며 "현재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 판단의 과실을 논하는 경우, 자칫 과거에 현재의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처럼 착각할 위험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