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키고 법원에 회생신청을 한 티몬과 위메프(티메프)가 13일 첫 회생절차 협의회에서 자구안을 공개했지만 채권자 대표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안병욱 법원장·김호춘 양민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30분여간 티몬과 위메프 회생절차 협의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협의회에는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와 고액 채권자 중심으로 구성된 채권자협의회, 정부·유관기관, 재판부가 허가한 채권자인 신청권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티메프가 전날 법원에 제출한 자구안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됐다.
자구안에 따르면, 티메프는 '배송완료 후+1일' 정산·선정산 등 결재 주기 단축을 뼈대로 하는 정산시스템 개편과 셀러에게 지급할 판매 대금이 회사를 거치지 않는 에스크로 계좌 도입 등으로 기업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커머스업계 중 가장 빠른 정산 수준이다.
이어 미정산 파트너 약 10만 명(티몬 4만 명, 위메프 6만 명)에게 공통으로 일정 금액을 우선 변제해 채권상환 완료 효과를 내겠다고도 했다. 판매자 미정산 대금은 분할변제 혹은 일정 비율 채권을 일시 변제한 뒤 출자전환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출자전환은 기업 부채를 주식과 맞바꾸는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 임차료 등 경비 절감, 이익률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 등의 사업 정상화 계획도 자구안에 담았다. 채무를 상환한 이후에는 3년 내 회사를 재매각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다만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추진하는 티몬·위메프 합병과 주주조합 설립 회생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두 대표는 협의회 이후 기업 정상화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협의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3년 내 회사 재매각 방안을 놓고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인수·투자자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았지만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논의 중이고 (어떤 곳과는)두 번째 미팅도 하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협의하고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채권자 대표인 신 비대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자구안에 회의적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모든 채권자에게)200만 원을 일괄로 주겠다는 내용의 변제안이었다. (이는 두 기업이) 채권자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라며 "이는 회사(티몬·위메프)를 위한 정책이다. (셀러들은) 사업 정상화와 현실적인 대안이 가장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티메프와 채권단은 오는 30일 2차 회생절차 협의회를 갖고 자율구조조정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티몬·위메프는 지난달 29일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우선 다음 달 2일까지 회생 절차를 멈추고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보류 기간은 최장 3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자율적 협의가 무산되면 법원이 강제적인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고,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기각하면 두 회사는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