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성폭행 피해 연인 진술번복 회유…공판검사에 덜미


위증·위증교사범 2년 만에 53%·67% 증가
검사 수사개시 범죄 포함 이후 적발 늘어

사법질서 방해범죄를 검사가 직접 수사하기 시작한 지 약 2년 만에 위증·위증교사범 적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대검찰청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1. 여자친구가 강간상해 피해를 당한 A 씨는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전 남자친구 B 씨는 피해자 진술을 번복하게 해주면 5000만원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A 씨는 여자친구를 설득해 녹음까지 해가며 허위 진술 연습을 시켰다. 하지만 피해자가 말을 듣지않자 진술을 뒤집은 것처럼 녹음파일을 편집해 재판부에 제출하고 법정에 나가 직접 증언도 했다. 위증·위증교사 혐의를 의심한 인천지검 공판검사는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범행을 밝혀내 A 씨를 구속기소, B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각각 징역 8개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B 씨는 강간상해 혐의로도 징역 4년이 확정돼 설상가상 처지가 됐다.

#2. A 씨는 신축 빌라 가짜 세입자를 모집해 금융기관과 주택보증공사(HUG)에서 전세대출금, 전세보증금 반환금 명목으로 139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가짜 세입자 4명이 법정에 나와 실제로 빌라에 살았으며 명의 빌려준 대가로 돈을 받은 적 없다고 우겼다. 서울중앙지검 공판검사가 세입자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카카오톡 대화내역과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책과 모집책의 회유에 넘어간 위증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모두 위증교사·위증 혐의로 재판을 받게됐다.

'사법질서 방해범죄'를 검사가 직접 수사하기 시작한 지 약 2년 만에 위증·위증교사범 적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196명이던 위증사범은 지난해 상반기 297명, 올해 상반기 300명으로 늘어났다.

검사의 위증범죄 수사 개시가 가능해진 이후 53%가 늘어난 수치다.

위증교사범은 2022년 상반기 33명에서 올해 상반기 55명으로 67% 증가했다.

정부는 2022년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에 위증과 위증교사 등 사법방해 범죄를 포함시켰다.

이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2022년부터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등 법정 증언이 더 중요해진 공판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공판검사의 직접수사 결과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지난 4월 투자리딩방 사기 주범으로 구속기소된 조직폭력배 A 씨를 위증교사로 추가 기소했다. A 씨는 공범 조폭들에게 자신은 투자사기인 줄 몰랐고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수사기관 진술을 번복하도록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원주지청 공판검사는 공범의 녹음파일 약 300개를 분석하고 공범을 수사한 결과 A 씨가 미리 증인신문 질문지를 공유해주고 대가로 변호사 선임을 약속한 사실 등을 자백받아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위증사범은 실체적 진실을 왜곡해 범죄자가 처벌을 피하도록 하거나 죄 없는 사람을 처벌받게 하는 등 검찰·법원의 재판 업무를 방해하고 사법질서 불신을 부르는 중대범죄라고 검찰은 보고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검찰은 위증사범 뿐만 아니라 위증교사범까지 철저한 수사로 사법질서 방해사범에 엄정 대응함으로써,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법질서가 확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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