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89% 퇴근 후 업무 '카톡' 경험…'끊을 권리' 인정될까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관행처럼 굳어져
프랑스·호주·캐나다 등 이미 법제화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직장 업무의 온라인 연결은 일상이 됐다.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퇴근 후에도 업무 카톡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늘어나자 휴식과 사생활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직장 업무의 온라인 연결은 일상이 됐다.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퇴근 후에도 업무 '카톡'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늘어나자 휴식과 사생활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몇 년 전 경기연구원이 경기도에 사는 임금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21년)에 따르면, 무려 87.8%의 근로자가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은 퇴근 후나 휴가 중에도 일을 했다는 얘기다.

업무지시 빈도는 '한 달에 한 번'이 37.0%로 가장 많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이 34.2%로 뒤를 이었다. 불가피한 경우 연락할 수 있지만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가 조직 내 관행처럼 굳어진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기기로 인한 초과 근무 시간은 11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점점 모호해지는 일과 생활의 경계를 분명하게 나누고 근로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 업무 관련 연락을 응답하지 않아도 근로자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으로 보장해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근무시간 외에 전화·문자·카카오톡 등 통신수단 등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근무시간외 업무 연락에 대해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성과 직무 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의 피로감이 쌓여가면서 퇴근 후 근로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2016년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근 후 사용자는 근로시간 외 전화, SNS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2022년에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근로시간 외에 전화, SNS 등을 이용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업무 지시를 하면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로그오프법'을 통해 5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캐나다 등에도 유사한 법이 있다. 호주에서도 고용주가 긴급상황을 제외하고 근로자에게 근무 시간 외 연락하면 안 되며 이를 위반한 고용주는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계속되는 만큼 법제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완전한 휴식, 사생활 보호 등으로 근무시간 외 업무 연락 금지는 필요하지만 업종·직급마다 업무가 달라 법을 통해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계획'의 8대 핵심 과제 중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호'를 지정해 국내·외 동향조사 및 다양한 정책방안을 검토하는 심층 정책연구에 착수한다. 앞으로 연구 결과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내 설정에 맞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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